최근에 실패한 책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외 2권


도서관 신간 매대를 기웃거리다 집어든 책들 중에는 역시 연속 독서가 불가능한 몇몇 책들이 있는데,


조니 선이란 다재다능한 일러스트레이터의 <하던 일을 멈추고...>가 이런 부류의 책이다.


이 책의 겉표지에는 "잘하는 게 너무 많아서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소란스러운 천재 조니 선의 유쾌한 휴식 분투기"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번아웃을 견디는 기간 동안의 일들이 당연히 적혀있을 거란 짐작으로 책을 펼쳤지만,


실상은, 이러한 쉼의 기간 동안 그 쉼의 과정을 콘텐츠로 활용해서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즉, 번아웃,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 쉼 자체를 콘텐츠화에서 작품으로 만들려는 강박을 가진 젊은 작가의 해롭지는 않지만 무척 피곤한 산문들이 여기서 발견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대번아웃 세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쉬는 것을 전경화 하여 대상으로 하는 꼬락서니를 늘 목도하곤 한다. "나 이제 쉴래!"라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왕 쉬면서 책 한 권 쓰자라는 만용이, 쉰다는 의미와 전혀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금방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상품으로써의 쉼', '일로서의 휴식', '보여주며 읽을거리로 전락한 쉰다는 강박‘ 등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정신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제대로 된 쉼'이라는 이상적인 명제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번아웃을 번아웃으로 극복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 한심한 쉼의 강박에서 터져 나오는 이런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리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매우 투명한 현실 세계-쉼이라는 지옥세계를 반영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몇 장 읽다가 접었다.




<미국식 결혼>은 티아리 존스의 소설로, 흑인 신혼부부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뭐랄까? 이 소설의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어서, 도무지 통통 튀는 이 문장들의 리듬이 왜인지 진지한 독서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몇 장 읽다가 다시 시작하고 다시 읽다가 덮어두기를 반복한 그런 책이다. 번역문제인가? 도 싶고…


문득, 그런 영화들이 있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주연부터 조연까지 죄다 흑인만 등장하는 어떤 영화들, 그런 영화들의 소재와 주제 그리고 관객층까지 모두 흑인을 위한 영화라는 사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이러한 특정 인종을 위한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뭐 대수로울 게 없지만, 실제로 이러한 어떤 인종들을 위한 영화라는 게 인정되고 자연스럽다는 사실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티아리 존스의 <미국식 결혼>이 이러한 영화들처럼 흑인 사회 독자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래 문학 혹은 소설이란 굉장히 개인적인 진실에서 출발해서 세대도 연령도 성별도 다른 독자층에 가 닿는 파급력이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인데, 그게 좋은 소설이라는 반증이기도 한데,


<미국식 결혼>의 이야기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독자의 공감을 부르기에는 지극히 자신들 중심주의에 갇혀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예민한 건지, 제대로 읽지 않고 인상에 머무는 건지, 아마도 후자의 경향에 내가 더 치우쳐있기 때문이란 생각은 드는데도, 이런 소설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더는 책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그런 책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항상 북북서가로 발음하는 '복복서가'에서 새롭게 출시한 "지식 산문 O" 시리즈가 새롭게 3권이 추가되었는데 그중 5번째 "유아차"를 훑어보았다.


이유는 최근에 우리 가족 구성원에 신상이 영입되었고, 그래서 주변에서 유모차를 몇 대 이어 받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래서 유모차를 모는 아버지로서, 이런 책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ㅜ 목적성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별로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뛰면서 아이들을 케어한다는 흥미로운 동기때문에 특별한 유아차를 고르게 되는데,


소비만능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모든 공산품들이 계급별 계층별 목적성을 가지고 사치품화 되어간다는 일견 당연한 이야기들을 주절거리고 있는 서두가 뭔가 매력적이진 않다.


책 뒷부분에는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있으려나 싶은데, 내 인내심이 거기까진 이르지 못하겠네...


여튼 새로운 독서를 방해하는 이유는 사실 나의 선택보다는 나라는 인간의 독서에 임하는 정신상태가 더 문제라는 사실을 오늘도 꾹꾹 무시하고 모른채하고 나는 또 새로운 책을 찾아 고개를 돌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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