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캐릭터, 돈키호테의 길잡이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여름>, 윌리엄 마르스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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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여름>은 뮤진트리의 '~과 함께하는 여름'시리즈의 일환으로,

불어권 유력 저자-평자들의 고전에 대한 일종의 현대적 키워드를 적용해 본 서머리라고 해도 좋다.


고전의 여운이 미처 가시지 않을 때 그 풍미를 더해주기 위해, 해당 저작의 전문가라고 할까, 그런 저자들의 설명을 통한 여운에 다시 잠기기 시리즈라고 하면 좋다.


이 책 역시 불멸의 캐릭터, 돈키호테와 돈키호테만큼의 박력으로 생을 살다 간 세르반테스, 그리고 그가 남긴 불멸의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돈키호테>라는 책 자체가 아마도 가장 '행복한 책 읽기'를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책인 만큼, 이름은 생소하지만 아주 정통한 듯보이는 윌리엄 마르스의 챕터를 따라가는 것도 재밌다.


19세기 소설을 진두지휘 했던 그 사실주의 거장의 전통이 여전히 현대에도 유효한 프랑스에서,

마침,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자들에 의해 비로소 세계 문학의 고전의 자리를 꿰찬 <돈키호테>는

쿤데라 같은 현대의 가장 미학적이며, 정통한 소설론을 주장한 저자의 찬탄을 받으며

'서구 문학'의 근대 최초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도대체 왜? 라고 했을 때 우리는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그 저자의 역할 놀이를 이처럼 다채롭게 적용시킨, 그야말로 유희적인 저자 놀이를 최초로 실천한 실험성이 <돈키호테>의 전 권에 녹아 있음을 알게된다.


그만큼 소설에서 내적 저자, 시점의 관리자 역할은 소설의 형식에서 압도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돈키호테>는 그 2권 서두에서 주인공 돈키호테는 자신이 1권에서 펼쳤던 '방랑기사'로서의 면모가 그사이 책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권이 1605년, 2권이 1615년, 10년의 세월이 지났던 것이니, 세르반테스 자신이 적극 개입해, 이 책의 1권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것과 별개로, 그 10년 사이 돈키호테의 위작-해적판들이 범람해서 그 사실 자체를 이 책에서 통탄하는 내용도 있다.


때문에 17세기에 유럽 각국에서 실제로 많이 판매되었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세르반테스는 죽을 때까지 그렇게 물질적으로 풍족한 여생에 이르진 못했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둘시네아와 로시난테, 그리고 그 사이에 등장하는 액자 소설 형태의 모범 소설 느낌의 짧은 단편들, 성정과 윤리가 올바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관대하고 나름 충실한 논리를 구사하고, 돈키호테는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둘시네아에 대한 연정을 담아, 산초 판사는 자신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섬의 영주가 되는 꿈을 좇아 당당히 원정을 떠나고, 또 무수히 착한 사람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또 토론에 빠진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과 라깡의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개념들이 모두 이 소설 <돈키호테>에서 나왔다.


돈키호테의 길잡이 역할로도 충실하니, 두꺼운 분량의 본권을 읽기 전 읽어도 좋을 듯하다.


#돈키호테 #산초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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