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이고 실험적인 키건의 초기 단편집

<남극> 클레어 키건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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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1999년에 나온 클레어 키건의 경력 초기 작품집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이후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출간되어있고,


<남극>이전에 출간된 <너무 늦은 시간>은 무려 단편 3편 구성의 짧은 책이었다(그리고 여기에 이미 <남극>의 표제작 <남극>이 실려 있다).


2008년에 나온 <푸른 들판을 걷다>가 <남극>과 비슷한 단편집 묶음으로

각각 초기 작품들과 중기 작품을 구성한다면,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노벨라-중편 분량의 소설로

장편에 준하는 본격적인 작품을 써내려갔던 것.


그녀가 아일랜드 시골 농장 출신이며, 17세에 미국 루이지애나 주 로욜라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된다. 학업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그녀는 더블린의 명문 대학 트리니티 대학에서 학위를 이어간다.


이러한 배경이 초기 작품집인 <남극>에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3편의 소설이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뭐랄까, 단편 형식이나 이야기 구조, 또는 화자의 선택 같은, 다분히 실험적인 소품들이라면,

나머지 12편의 소설에서는 <푸른 들판>에서도 익숙한 구제 불능의(?) 한심한 가부장제의 찌꺼기 같은 느낌의 남성들이 겨우 남성의 체취만 풍겨대는 모습들이 즐비한 아일랜드 시골 농장의 착잡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결구도, 또는 사실상 둘 중 하나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쪽의 모습, 혹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상실 이후를 다루고 있고, 그것은 유독 혼자 있는 여성의 고독을 뚜렷하게 잡아내려는 노력의 연속이다.


키건의 단편속 인물들의 대사들은 명쾌하고 간단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모든 단편들이 사후에 일어나는 정리과정이라, 특유의 분위기 속으로 일단 진입해야하기 때문에 페이지가 다소 걸리는데, 그 이후에 독자를 여러 모로 만족시켜주는 인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남극>은 실험적이며 때로는 장르적인 스릴러에서 보여지는 강력범죄 수준의 삽화들이 간혹 들어가 있다. 그것을 활용하면서 일부러 과장하고자 했던 작가의 동기가 슬폇 보인다.

미국 남부의 농가들에 하나 둘 떠도는 고딕 이야기들을 아일랜드 식으로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단편은 사춘기 소녀에게 특징적인 악마적인 본능과 심성 착하고 단순한 남성의 잘못된 만남인 <진저 로저스의 설교>와, 문제적인 <노래하는 계산원>이 좋았다.

툭툭 던지는 문체로 모든 것이 날카롭고 뾰족하며 예민한 아일랜드의 '담대한' 젊은 여성상을 그린 <남자애한테는 이상한 이름>이 문학소녀풍이었고, 이후 <남자와 여자>부터 <여권 수프>까지 마지막 6개의 작품이 고른 완성도를 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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