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오가와 사토시는 최근 내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작가다. 대중성과 작품성으로 유명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라 기본 실력은 출중한데, 뭐랄까? 논리적이며 다소 형식적이지만 묘하게 감성적인 문체를 보여주는 그런 작가이다.
그의 2022년 출간작 <너의 퀴즈>는 짧은 분량이라 2시간여 읽어 내려갔는데, 엄청난 흡입력과 치밀한 구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결말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이야기는 상금 1억 원이 걸린 생방송 TV 퀴즈쇼에서 주인공과 암기의 달인인 상대방의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시작한다. 15문제에서 먼저 7문제를 맞히면 우승하는 룰로, 질문을 듣고 누가 먼저 버저를 눌러 정답을 맞추냐에 달려 있다. 한편, 오답 회수 역시 정해져 있어서 3번 오답을 말하면 자동으로 상대방이 우승하게 된다.
스코어는 6:6, 오늘의 퀴즈왕을 가리는 마지막 문제가 시작되는 순간, 문제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버저를 누르고 짧은 침묵 후 답을 정확히 말하고, 프로그램은 순식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우승자를 결정하고 끝나버린다.
주인공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같이 퀴즈에 참가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어떻게 문제를 듣기도 전에 맞췄는지를 퀴즈쇼 담당 피디와 상대방에게 '정중한' 메일을 보낸다. 퀴즈쇼 담당 피디는 두루뭉술한 말로 형식적인 사과를 할 뿐, 이 사태를 어떻게든 설명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주인공은 상대방이 그간 퀴즈쇼 방송에 출연한 방송본을 얻어, 만약 이게 피디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는 마지막 가정하에, 그가 그 문제를 듣지도 않고 맞출 수밖에 없었을 그 마지막 가능성을 스스로 탐구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주인공이 퀴즈 세계로 입문한 계기며 퀴즈를 풀어가며 깨달은 인생에 대한 긍정의 가능성, 결국 경험한 것만이 퀴즈를 맞힐 수 있는 충분조건이며, 부저 빨리 누르기를 가능하게 하는 문제의 통사구조와 그 유형을 탐구하며 일본어 조사와 문장 구조로 이어지는 문제의 확정 등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그와 동시에 앞부분에 생략된 첫 문제부터 마지막 문제까지 생방송 실황이 이어지면서, 주인공은 마침내 상대방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던 실마리를 하나씩 체득해 간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극악무도한 살인자를 처단하는 탐정 혹은 일반인의 서사만큼 스릴을 자아내는 것은 뭐랄까, 부당함-정의롭지 못함에 대한 누명을 벗어내려고 아등바등하는 주인공의 고난일 것이다.
<너의 퀴즈>는 1억 원의 상금을 눈앞에서 황당하게 놓쳐버린 주인공이, 어떤 밀실 미스터리나 살인 방법 미스터리를 능가하게 난해한, 문제를 듣지도 않고 답을 맞힌 그 상대방을 추적해 가는 일종의 지적 미스터리이다.
그 와중에 '퀴즈'라는 것에 대한 정의와 일반론이 작가가 섬세하게 갖춰놓은 디테일과 인물 성격, 연인과의 연애, 그리고 퀴즈쇼의 경험들에 천착해가면서 독자와 함께 일종의 '퀴즈의 존재론'을 탐구하게 한다.
그리고 표제 <너의 퀴즈>는 곧 '너의 인생'을 간략하게나마 스케치하게 만들어 이 짧은 소품을 인생에 대한 우화나, 진심 어린 탐구로 귀결 짓게 한다.
그것이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 쓰기의 진심이며 일종의 지적 쾌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 인생에는 정답이란 게 없다. 반면 퀴즈는 그 형식상 인생과 세상의 모든 것을 문답형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범위란 실로 방대하고, 퀴즈가 아닐 수 없는 것은 없다.
참가자는 자신의 노력과 세상에 대한 경험, 지식 습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해서 경험칙이나 소거법등 논리적인 틀 거리를 활용해 가장 근접하고 보편적인 답을 도출하기 위한 전문가이다.
언제나 그렇듯, 퀴즈의 달인이 인생의 달인이 될 수는 없다. 가능성은 기껏해야 몇 퍼센트 높아질 수 있지만, 정해진 퀴즈에 비해 인생과 세상의 일들, 관계들과 인연들은 지나치게 우연에 좌우된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퀴즈에 담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주인공을 형성하게 해서 탐구하게 할 수 있고, 이 책 <너의 퀴즈>가 그 응축된 퀴즈에 관한 한 탐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일상의 나태와 생활의 권태를 벗어나 짧은 독서로 이만큼 충만한 재미를 가져다준 책을 요즘 발견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진정한 엔터테인먼트이며 충실한 지적 스릴러라고 봐도 좋으리라.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에서는 아무도 이유 없이 죽지 않는다라는 점도 밝히고 싶다. 오로지 가능한 생각의 실험들을 통해서 그 한도 내에서 필요한 정보의 제공과 끈기 그리고 역동적인 구조만으로 그는 그럴듯한 세계를 만들어간다. 좀 치는 소설가인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