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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Apr 10. 2024

실패한 소설의 맛!?

뮈리엘 바르베리, <맛>  이런 소설을 굳이 왜? 재출간했는지...

1.

시간이 없어서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집은 책.

자세히 보니 작가 이름이 뭔가 낯익은 느낌인데...

알고 보니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작가였다.

그레넬 거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장이 <맛>이었다...


2.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중간에 던져버린 기억이 있는 책인데... 독학자에 지적인 50대 건물 수위와 자살을 꿈꾸는 12세 천재 소녀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되면서,

사회의 통념에 맞지 않는 자신들의 진면목을 감추는데 성공적인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중간에 무슨 동양의 선인인 '오즈'가 나타나서 일본 페티시를 주구장창 늘어놓는 순간 기가 차서 던져버린 기억...

너무 속물적인 동양 판타지, 일본 페티시즘에 토 나올 것 같았는데...

이 책 <맛>의 첫 인물인 요리 평론가가, "고슴도치"에서 갑자기 죽는 그 아르덴인 것이다...


3.

여튼 그렇게 던져버린 책인데 또 던져버린 이유를 적고 있으니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당최 마리엘 바르베리는 1인칭 이상은 구사하 지를 못하는지...


세계 최고 요리 평론가의 마지막 맛에 대한 탐구를 그 주변 가족들과 동료들 심지어 고양이까지 등장시켜 가면서 뭐라고 씨부리고 있는데, 하나같이 기억에 남는 문장도 없고, 편평하게 흘러가며 아무런 훅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이런 책을 왜? 국내에 소개했을까 싶은 것이다.


4.

몰랐지만 민음 모던 클래식으로 예전에 나왔던 책이었다.

요즘 민음사는 모던 클래식 시리즈의 절판된 책들을 다시 리커버로 내고 있는 것 같은데...

바르베이는 안내도 됐을 작가가 아닌가 싶다.


어떤 소설도 첫 문장 이후 다음 장에서 그 독특한 흐름을 이어가게 하는 나름의 말발이나 스타일 또는 흥미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뭔가가 있을 법한데, 바르베이의 1인칭은 모두가 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속물적인 관점에서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런 반짝임도 새로움도 없다.


5.

사실 "고슴도치"의 경우도 50대 여자 미망인 수위나 12세 소녀 팔로마? 나 감정이입하기 힘든 인물로 기억한다. 자기주장이나 당찬 소견으로 부르주아지의 한심한 작태를 비판하는 거야 프랑스 소설의 클리셰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려 한 역동적인 인물로서 기억되는가 하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입만 살아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수다스러움에 거기에 두 눈감고 일본풍에 엄지 척하는 작태에 그만 항복을 선언했던 것.


아무장이나 펼쳐놓고 가만히 읽어봐도 아무런 느낌도 감흥도 없다는 게 더더욱 신기한 그런 책.

무미건조한 실패한 맛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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