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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조일남 Aug 10. 2018

영웅의 죽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까닭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인피니티 워>의 블루레이가 발매되자 마자 유튜브에 관련 편집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개 씩 올라온다. 그 중 눈여겨 볼 지점은 영웅들이 죽음에 이르는 순간만을 편집한 영상인 것 같다. 게시된 지 일주일만에 7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았으니 말이다. 당연한 반응이라 여길수도 있지만 이미 불법 촬영물이 다수 유출된 영화인데다, 개봉된 지 3개월 가량이 지났다는 점에 이 현상은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 짚어봐야할 지점은 영화 속 재현된 영웅의 죽음보다 여기에 급속히 몰려들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가 대체 무엇일지가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영웅의 죽음에 매혹됐거나, 아니면 간절하게 이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인피니티 워>의 은밀한 지점은 시각화 된 영웅의 죽음이 사진의 형식처럼, 얼마간 전시된 채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마블 시리즈가 죽음으로 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서사적 비약임은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영화 바깥을 생각하며 이 또한 부활이나 구원의 여지를 남겨둔 결말이라 생각하겠지만, 이야기와 별개로 재현된 죽음의 이미지들은 다소 돌출적이고 자극적임이 틀림 없다. 그런데 무엇이 자극적인가.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인피니트 워> 속 재현 된 죽음의 이미지는 고통이 최소화 돼 있으면서 숭고하고 어떤 의미에선 종교적인 뉘앙스를 불러일으킨다. 시리즈를 거쳐오며 어떤 희생도 감수했던 이들이 2시간 반 동안, 압도적인 적 앞에 맥없이 패배한다. 카메라는 이들의 소멸을 정지된 상태로 묵묵히 응시하고 있다. 때문에 이 씬들의 나열은 다소 종교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추측컨대, <인피니티 워> 속 죽음엔 어떤 숭고함이 내포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손택이 지적한 바와 같이, 무장 투쟁만이 존재하는 전쟁 속엔 폭력이야말로 폭력에 종속된 사람들을 순교자나 영웅으로 드높여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인피니티 워>가 작품 속 죽음을 끌어들인 방식은 종교적이면서 필연적인 죽음에 관한 공포를 자극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학살의 이미지를 단순한 오락적 요소로 소비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죽음과 전쟁의 이미지가 <인피니티 워>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최소화 된 여지를 남겨둔 소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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