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Minutes
추석 때문에 오랜만에 집에 갔다. 현관문 앞에는 꽤나 많은 도토리가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웬 도토리?'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도토리가 그날따라 눈에 들어왔다. 우스개 소리로 "아빠가 요즘 싸이월드 하나?"라고 농담을 던졌다. 물론 엄마도 아빠도 내 농담을 알아듣진 못 했다. 궁금했다. 왜 우리 집 앞에 도토리가 그렇게나 많이 놓여 있을까?
"엄마~ 웬 도토리야?"
"몰라~ 저번에 아빠랑 큰엄마랑 산에 갔을 때 도토리 몇 개 주어 왔더니 혼자 가서 저만큼이나 주어왔어"
도토리는 나한테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어렸을 땐 귀여운 다람쥐의 밥이었다. 그 뒤에는 밤에 비해 쓸모없는 열매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배경음악, 스킨, 미니미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였다.
그 도토리는 결국 햇빛에 일광욕을 하고, 돌멩이 찜질을 당하고, 물에 불려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도토리 묵이 될 것이라고 엄마는 말했다.
도토리 하나도 참 많은 의미와 기능을 내포한다. 참나무과 열매의 총칭이란 사전적 정의뿐만 아니라 엄마에겐 식탁에 한자리 차지하는 반찬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기능으로 다람쥐에겐 든든한 식사가 되어 준다. 학창 시절 나에겐 나의 기호와 센스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가상의 화폐였다. 그리고 아빠가 주어온 도토리는 엄마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한 없이 풍성한 추석에 도토리를 보며 느낀다. 같은 것도 때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 가지에 대한 여러 견해와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고.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누군가와 다른 관점을 가질 때, 내가 주장하는 바가 맞다고 느낄 때, 무언가에 선입견이 생길 때 나는 도토리를 떠올릴 것이다.
도토리도 다양한 의미였지!!!
60 Minute
이 글은 일상에서 느끼는 나의 생각을 60분 안에 작성한 글입니다.
주제 선정, 글쓰기, 검토, 브런치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60분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완성가 부족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작성하는 연습의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