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Minutes
1년 전 퇴사를 하면서 적은 글을 다시 읽었다. 글 속에 나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이라도 되는 양 기쁨에 들떠있었다. 내 여행은 원하는 종착지에 다다랐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다다르지 못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리를 사서 적고, 살을 뺄 것이고,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을 것이고, 부모님께 자주 전화를 드릴 것이다 등의 계획들 말이다. 그 계획들은 대부분 흔적이라고는 집합밖에 없는 수학책 같았다. 시작은 있되 끝은 없다.
2016년부터 나는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계획이었다. 지키지 못할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했음에 자책하느니 '쿨하게 세우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그 바탕에는 오만한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특별하다. 그러니 다른 많은 사람들의 계획도 작심삼일 일지라도 '나는 용납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었다.
많이 읽었던 자기계발서에서는 항상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으라고 했다. 일종의 자기 암시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특정한 생각을 많이 하면 그 생각이 나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에 투영되곤 했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생각할수록 특별해져야 했다. 반대로 특별함에 집착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은 떨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담감은 줄었다. 문제는 그만큼 자신감도 줄었다는 것이다. 나는 특별해야 하는 것인지? 나도 남들과 똑같은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나만의 답을 찾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답을 찾게 된 단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평소 내 사고방식 속에 있었다.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답을 얻었다. 기념일만 되면 '이벤트다, 선물이다'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기념일을 특별하게 보내지 못해서 울상인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왜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일까? 기념일도, 기념일 전날도, 기념일 다음날도 인생에선 단 하루밖에 없는 날인데.
유레카!
1월 1일도 1월 2일도 그리고 1월 3일도 모두 보통날이면서 동시에 생에 한 번밖에 없는 특별한 날이다.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잘못이 아니고,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이 잘못이었다. 내가 특별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모두가 특별한 것이었다. 이렇게 깨달은 후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서두에 말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여행 중에 있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 말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60 Minute
이 글은 일상에서 느끼는 나의 생각을 60분 안에 작성한 글입니다.
주제 선정, 글쓰기, 검토, 브런치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이 60분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완성가 부족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작성하는 연습의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