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느티나무
옥천 청서면 능월리에 위치한 어느 작은 마을. 입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두 그루의 나무를 만났다. 실제로는 왼쪽 나무만 보호수겠지만, 두 그루의 나무와 그 사이에 위치한 정자까지, 이 자체로 보존해야 할 완벽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멀리서 이 풍경을 보았을 때부터,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느 선비의 오랜 수묵화에서 본 것 같은 그런 풍경 같았다.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 정자와 나무, 마을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무의 상태를 보면 마을사람들이 이 보호수를 어떻게 여기는지 느껴진다. 그저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는, 길가의 풍경 하나로만 대하는지, 귀하게 여기도 아끼는 마음이 있는지. 능월리에서 만난 보호수 느티나무는 마을사람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껴졌다.
그건 정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정자에 들어가려는 순간, 막 닦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새것처럼 반짝반짝한 바닥을 마주했다. 차마, 맨발로도 그곳 위에 올라가는 게 민망할 정도로. 그래서 더 경건한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한발 한발 정자 위에 올랐다. 정자에서 보는 풍경 또한 장관이었다. 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시원하고 적당한 바람, 나뭇잎의 사박거리는 소리. 이 정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오래된 나무와 새, 자연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정자에는 새들을 위한 거처도 있었다. 손수 만든 듯한 나무로 된 새집이 있어서, 새가 끊임없이 그곳을 들락날락거렸다. 실제로 새집에 새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새가 나뭇가지로 직접 만든 새집을 보금자리로 만든 건 봤어도, 이렇게 사람이 만든 나무집에 새가 정말 들어가다니. 신기했다.
한쪽에는 쌓인 돌도 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쌓아 올린 그런 돌탑이었다.
대부분의 보호수는 시나 군에서 관리자가 나와 관리한다. 그 외의 사람은 기도하러 오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정성스레 이 주변을 보살피는 경우를 거의 본 적 없었다. 근데 이 공간은 누구 한두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만들어가는 공간임이, 이렇게 잠깐 방문했을 뿐인 외지인 내 눈에도 너무 잘 보였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깊이 있는 울림으로 와닿았다.
깨끗하게 정자 바닥을 닦은 흔적, 새들을 위한 집, 쌓인 돌.
주민들이 이곳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보이던 장소.
두 그루의 느티나무와 그 사이에서 쉼을 갖는 마을주민들까지.
이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오래오래 보존해야 할 진정한 보호수가 아닐까.
수종 : 느티나무
수령 : 240년
소재지 : 옥천 청성면 능월리 488-1
방문일시 2023. 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