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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섬 Mar 04. 2020

방법

How to

걷기를 꽤 좋아한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할 때, 혹은 반대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걷는다. 나에게 있어 걷기는 내려놓는 방법 중 하나이다. 조금 덜어내거나, 아니면 완전히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진다. 머릿속에 온전히 '걷는다'는 생각만 채워 넣고, 빠른 보폭으로 신발을 통해 발바닥에 닿는 딱딱한 아스팔트의 촉감을 느끼며 숨을 들이쉰다. 이렇게 밖에 나가 하염없이 걸으면서 일상의 고민들을 내려놓는 법은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다. 순전히 내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발산하기 위해 스스로 체득한 방법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나에게 다가오는 방법들이 있는 반면, 평생을 살아도 절대 깨닫지 못하는 방법도 있다. 살아가면서 알게 될 방법보다 모른 채 남겨질 방법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수험생 시절 책상 앞 의자에 앉아 곯아떨어진 나를 일으켜 침대로 가게 하기 전, 차가운 내 손을 잡으며 어머니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나는 모른다. 밥값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심을 집에서 드시는 아버지가, 공부라는 허울을 쓴 채로 여기저기 쏘다닌 후 집에 도착한 나에게 멋쩍어하시며 물어보는 '밥은 먹었냐' 뒤에 숨겨진 말들을 나는 모른다. 우리는, 아니 결국 나는 아직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다만 흉내 낼 뿐이다. 

사랑은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기에는 버겁고, 주는 만큼 돌아오지 않아서 아쉽다. 나는 이 불완전한 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해답을 알아내는 방법을 모른다. 아무도 모르리라. 그저 손을 뻗을 뿐이다. 최대한. 맞은편에서 뻗은 손과 맞잡을 때까지. 마주 잡은 손의 떨림과 맥박과 따뜻함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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