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성적이 40명에서 38등이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반에 홀로 남아 있었다. 몇 분이 지나서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학업 성적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성적이 너무 낮으니, 부모님의 확인 및 서명을 받아와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큰 숙제를 안고 집에 도착했다.
이 사실을 엄마에게 이야기했고 엄마는 놀라셨지만 혼내지는 않으셨다. 대신 이때부터 사교육을 받게 됐다. 그 당시 나는 성적이 낮은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군말 없이 엄마가 시킨 공부를 했다. 무탈하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고3이 되자 대학교 진학을 위해 나의 진로를 탐색했다.
가고 싶은 학과보다 서울 내에 대학교를 가야야 된다는 생각으로 삼육대학교 경영학과를 지원했다. 경영학과를 선택한 계기는 인문, 어문보다 상경이 더 흥미가 있었다. 내가 임의로 지원한 삼육대학교를 못마땅하게 보신 아버지는 재수를 권유했고 나의 친한 친구도 재수한다고 하니 별생각 없이 재수를 시작하게 됐다.
기숙 학원에 들어가 수능 공부를 다시 했는데 생각보다 정신과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 봤다. 그때 생각난 게 국세청에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어렸을 적 TV에서 봤던 장면이 기억났다. 국세청 직원이 탈세한 사람의 집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 멋있어 보였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한편에 있었고 재수하면서 힘들 때 국세청을 상상하며 버텼다.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세무학과인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를 알게 됐고 이를 목표로 끝까지 전념했다. 하지만 재수 결과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갈 수 있는 성적을 만들지 못했다.
나의 첫 실패였다.
대학교보다 마음에 드는 학과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세무학과를 기준으로 원서를 쓰려고 했다. 건양대학교 세무학과를 찾게 되었고 부모님에게도 건양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컨설팅을 받아보자고 하셨다. 컨설팅 결과 컨설턴트는 나의 성적으로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지원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건양대와 연세대 분교를 동시에 붙게 됐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의 조언과 나의 선택으로 세무학과를 포기하고 연세대 원주캠퍼스 사회과학부를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학교생활 적응에 실패한 나는 학사경고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