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나는 학사경고를 맞았다.
연대 분교에 로망을 갖고 들어갔다. 학교 내에서 학생회 활동과 인싸로서 연애하고 싶었다. 내 바람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릴적 결핍이 많아 연애는 물론이고 자신감도 없어 학생회에 지원하지 못했다. 동기들과는 겉돌았고 학과 수업에 집중도 못 했다. 결국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원주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공허했다. 기숙사에 박혀서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을 보고 피시방, 당구장 가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
미션스쿨인 연세대 분교에서도 기독교 과목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했다. 그 당시 나는 기독교 수업을 강제로 듣는 거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 아마 대학 생활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기독교 수업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된 게 아닐지 생각해 본다.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안 했고 기독교 과목 시험 시작하자마자 백지 답안지로 제출했다. 이러한 나의 행동은 교수님께 무례하고 예의 없는 행동으로 비쳤고 그 결과 나는 F를 받게 됐다. 다른 과목에서는 잠을 자느라 기말고사를 보러 가지 못해 1학년 1학기 총 학점은 1.84로 학사경고를 받게 됐다.
학사경고를 받게 되면 두 개를 해야 한다. 하나는 부모님 서명과 다른 하나는 학과장님과 면담이다. 교수님 면담을 기다리기까지 긴장했다가 경제학과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다시는 이 자리에서 보지 말자."라고 한마디 하시고 빠르게 끝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난처해 있던 나에게 빨리 끝낼 수 있게 배려해 주셨던 거란 생각이 든다.
부모님 서명을 받게 됐을 때 부모님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으로 보셨다. 이에 나는 1학년 끝나고 바로 군대를 가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나는 학사경고를 받았다고 내 인생에 크게 걱정이 안 됐다. 그래서 1학년 2학기에는 수업을 최대한 잘 듣고 군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