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수험기간으로 인해 겪은 번아웃
수험 기간 열심히 달려온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학교로 돌아온 나는 어떤 새로운 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싶었고 남들 다 하는 취업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느끼고 있었다. 주위에 있는 선후배와 동기들은 자연스럽게 금융권을 목표로 하여 금융 자격증을 준비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의지를 세우며 금융 자격증을 준비했다. 금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공허하고 마음이 붕 뜬 상태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두 번째 귀인인 형과 다시 만나게 됐다. CPA를 포기하고 나온 나를 위로와 격려해 주며 자기는 호주 워홀을 갈 생각이 있다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 역시 지친 몸으로 취업 준비보다는 당장의 취업보다 호주 워홀이 끌렸다. 더군다나 호주 워홀에 간다면 남과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창업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봉쇄로 나의 계획은 물거품 됐다. 호주 워홀을 접고 졸업과 동시에 취준생을 시작했다. 졸업 이후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가장 쉽고 빨리 갈 수 있었던 곳이 금융권이라 생각했다. 공모전 수상 경력과 교내 활동이 있었지만, 금융 자격증이 하나 없었던 나는 어느 한 곳도 서류가 통과되지 않았다.
물론 처음이다 보니 자기소개서가 부족했던 점도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의 벽이 높은지 몰랐던 나는 꽤 힘들어했다. 그래도 금융 자격증이 있으면 서류 합격률이 올라갈 것이고 면접만 가면 합격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자산운용사를 취득했다. 투운사가 있어서인지, 지원서를 많이 써봐서 실력이 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면접까지 기회가 갔다.
면접에서도 몇 번의 탈락을 경험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탈락은 내부 추천을 받고서도 떨어진 것이다. 면접에서 망치지만 않으면 합격할 거로 생각했던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합격은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곧 취업 예정이라며 자랑했다. 면접 날 긴장은 다소 했지만 망치지는 않았다고 나 스스로 자신하여 면접 결과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1주일 넘어서도 면접 결과가 나오지 않자 나는 조급해졌고 내부 추천한 학교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는 면접 결과가 연기되어 1주일이 지나야 나온다고 했다.
1주일 후 탈락이라는 소식을 선배에게 듣게 됐다.
자격증 준비와 면접 준비에 지쳐있던 나는 확신하던 회사마저 탈락을 겪으니 크게 번아웃이 왔다. 저녁에 불안감이 심해 잠에 못 들었고 깊은 숙면을 못 해 불면증은 심해졌다. 힘든 상태였던 걸 자각했던 나는 엄마에게 정신과를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신과는 나약한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제안하셨다. 나 역시 정신과에 편견이 있어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으로 불면증을 해결하려 했다.
이런 나의 노력으로 불면증이 다소 나아졌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못하였다. 시간 여유가 되면 정신과를 가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못 봤고 내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내 인생에 매우 힘든 시기였다. 이때가 7~8월이었는데 올해까지만 금융업을 지원하고 내년에는 독립을 해서 다시 도전하든, 업종을 바꾸든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최하는 백오피스 교육 소식을 동기에게 듣게 됐다. 나는 이 교육을 신청하여 합격 후 교육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교육을 추천한 동기와 싸워 나는 공황을 겪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