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회계사 공부를 6개월 동안 하면서
CPA를 공부하면서 세운 목표는 1년 만에 1차 합격과 이후 동차 합격이었다. 2년을 넘어서하는 장기 레이스를 할 생각이 없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배수진을 치고 공부했다. 학원이 서울 종각에 있었는데 그 당시 우리 집은 경기도 안양에 있어 아침 6시에 일어나 통학했다. 수업은 오후 6시에 끝났고 10시까지 복습을 끝내서 집에 오면 11시 30분이었다.
장기 레이스에 실패했던 원인은 개념을 한번 듣고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하려고 했던 점이다. 학원에서 처음 배웠던 원가회계와 세무회계 시간이 고역이었고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해 탈모도 왔다.
수업 도중에 수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유심 있게 듣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머리에 맴돌았다. CPA에 합격할 사람은 이미 얼굴에 나타난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김현식 강사님은 얼굴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결국 수험 과정에서 합격한다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수험과정 내내 힘든 상태로 표정이 좋지 않았고 수험 과정이 힘들 텐데 어떻게 편안한 얼굴 상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편안한 얼굴이 아니어도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수험과정을 헤쳐 나갔다.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보냈던 수험 기간은 지옥과 같았고 1회독을 끝내니 6월 말이었다. 이때 여름도 다가오고 6개월간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학원에서 가까운 거리인 노량진에서 자취를 했다. 1월 종합반 수업을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30% 미만이었고 당일 복습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이에 반해 6월에 시작한 심화반 수업에서는 수업 내용에 절반 이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화반 수업을 따라가는 게 어려웠고 그때 1년으로 1차 합격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1년 이상을 준비할지 포기할지 고민했다.
회계사 취득의 목표는 총 2개였다. 투자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VC 업계를 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투자에 있어서 회계는 중요하지만 CPA 없다고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었다. 또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은 내가 진심으로 이루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에 나는 VC, CPA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수험생활을 접고 학교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