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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현 Mar 11. 2024

창업 공모전을 경험하고 나서

6장. 이성보다 감성, 머리보다 가슴

6장. 이성보다 감성, 머리보다 가슴


선배는 나보다 1살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생각은 깊고 지혜로웠다. 어렸을 때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단해졌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의 고민은 대학교 남은 학기를 1년 더 다닐지 아니면 자퇴할지 고민이었다.


선배는 대학교 입학 당시 4년 전액 장학생이었지만 최소 학점을 유지 못 하여 남은 학기 등록금이 필요했다. 등록금을 지불하여 졸업장을 얻을지 아니면 자퇴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는 당연히 대학교 졸업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자퇴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는 자퇴를 결정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종종 이걸 떠오르곤 하는데 선배는 이미 답을 정했고 지지와 격려가 필요했던 거 같다. 선배가 학교를 떠나면서 멀어졌고 다시 혼자가 되는 거 같아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꼈다.


나는 창업의 길을 계속 도전하기로 했고 방학 동안 KAIST에서 주최하는 창업 공모전에 참가했다. 팀원을 정말 잘 만나서 우리 팀은 2위를 수상했다. 공모전 과정을 복기하면서 우리가 왜 1등이 못 했는지 돌아봤다. 1등 팀의 아이디어인 드론 농업을 봤을 때 아이디어로는 평범했다.


하지만 1등 팀의 리더는 창업 공모전 이전부터 드론 농업을 실제로 구현했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관계를 맺었다. 드론 농업을 통해 시골에서 부족한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비전 또한 멋있었다. 이걸 통해 나는 돈과 명예보다는 비전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어떻게 2위를 했는지도 돌아봤다. 창업 공모전에서 우리 팀이 정한 아이디어는 스마트 약통이다. 우리가 제안서를 작성하고 발표할 때 강조했던 점은 지방에 의료시설이 부족한 걸 스마트 약통으로 어르신들의 의료 서비스를 돌보겠다는 부분이다. 1등 팀 역시 지방에서 인구가 유출되지만, 드론으로 인력 문제를 보완하여 농사짓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 수익 있는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세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수 있는지, 즉 의미 있는 사업인지가 창업 공모전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들이 대학생들에게 원하는 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가슴 뜨겁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창업 공모전을 끝냈을 당시에는 두려울 게 없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3학년 학기가 시작되고 동기들과 함께 한국은행 통화정책 경시대회를 준비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나는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수상하는 것 또한 멋진 도전이라 생각했다. 알고 있는 사람을 총동원하여 3명을 모았지만 한 명이 부족했다. 


공고를 냈고 평범치 않은 팀원이 들어왔는데 나의 두 번째 귀인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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