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번아웃에서 공황 장애로
나와 싸웠던 동기는 나보다 1살 많은 형이다. 1학년 때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1학년 때에는 나와 친하지 않았다. 우리는 1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고 같이 복학하여 전공도 같아 친해지게 됐다. 같은 과목을 듣고 같이 시험공부하여 매우 가까워졌고 힘든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서로 챙겨주며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원주에서 졸업하고 나서 각자 본가에서 취업 준비를 하게 됐는데 나와 형은 금융권 취업으로 목표가 같았다. 그러던 중 2021년에 비트코인 장이 호황이고 각종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유행일 때 나는 모아둔 3,000만 원으로 NFT에 투자하여 수익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현실 세계보다 가상 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해 있었다.
가상 세계에서 번 돈으로 전업투자를 살아갈 계획도 세웠다. 동기형과 서로의 안부를 묻던 와중에 형은 2021년에 백오피스 교육 과정이 있다면서 좋은 기회라고 같이 지원하자고 했다. 나는 그 당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전업투자자로 살아가고 싶었다. 형은 나의 의사를 확인하고 2021년에 혼자서 교육을 듣고 취업했다.
이와 반대로 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금리가 올라 비트코인의 가격은 내려가고 NFT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했다. 내가 투자한 3,000만 원은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고 시간이 더 지나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전업투자자 꿈은 날아갔고 모든 돈을 잃게 됐다. 전업투자자의 꿈을 접고 다시 취업에 나서게 됐다.
2021년에 끝난 교육 과정이 2022년에도 개최되는 소식을 형에게 듣게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하여 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교육을 들었던 시기는 번아웃과 불면증이 심했던 시기였다. 나는 교육과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의욕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
교육 첫날 여의도에서 강의를 들었지만,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3일 차가 돼서야 지금 내가 필요한 건 교육이 아니라 휴식이라 생각해 중도 포기했다. 교육을 포기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날 동기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과 이야기하다가 교육을 포기한 것에 대해 말이 나왔고 내가 중도 포기했다는 걸 형은 알게 됐다.
형은 자신 역시 교육과정을 통해 취업했으니 어떻게든 들으라고 했다. 나는 교육을 못 듣겠다고 했지만, 형은 계속 뜻을 굽히지 않아 나는 화를 내면서 형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다. 형 역시 나에게 상처를 줬고 우리 둘은 대화로 싸우게 됐다.
싸우고 다음 날 나는 가슴이 아팠다. 단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고 생각했다. 이튿날이 되자 가슴이 심하게 아파서 결국 정신과를 찾아가게 됐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 공황이라고 진단 내리셨고 정신과에 나온 나는 슬펐다.
나를 이렇게 방치하고 보살피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