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아픔을 딛고 일어나서
공황 장애를 진단받고 누구에게도 말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아빠는 나와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엄마 역시 정신과에 편견이 있어 대화에 용기가 안 났다. 가족에게 힘든 일을 이야기 못 하면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데 이때는 친한 친구도 주위에 없었다. 가장 가깝고 의지했던 친구인 동기형과 싸웠고 귀인이던 형은 한국에 없었다.
그러다 누나들이 생각났고 누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황이라는 소식을 처음 듣고 당황했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위로해 줬다. 정신과를 방문 후 집에 온 나는 굉장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동기형이 집으로 찾아와 나를 위협할 거라는 피해망상도 느꼈다. 집 주소를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찾아올 거 같은 불안감이었다. 병원에서 처방 받아온 응급약을 먹으면서부터 마음이 진정됐다.
누나들과 연이어 대화하면서 속이 풀리는 듯했고 용기가 조금 생겼다. 그런 다음에서야 그림일기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면서 나의 감정을 되돌아봤다. 그림일기에 그린 나는 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었다.
공황을 계기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동기형과는 멀어졌지만, 누나들과 더 가까워졌고 심리상담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됐다. 어느 정도 힘이 생긴 나는 부모님에게 말하였고 그때야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