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욕심보다는, 독자를 위한 진심을 먼저 담아주세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 원고는 무엇이 부족한가”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나만의 진정성이 있는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이란, “저자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 올라오는 무언가”라고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블라블라~’, ‘이런 이런 재미난 소재가 있어서’, ‘내가 유럽을 다녀왔는데 특별한 경험이었다.’, ‘책을 백 권을 읽었더니 깨달은 것이 있다.’ 등은 당신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경험을 했으며,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말하는 “나만의 진정성”이 아닙니다. 물론 위의 이야기들(유럽을 다녀온 특별한 경험, 책을 백 권 읽었더니... 등)이 책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모두’ 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다녀온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둔 용기도 대단하고, 정말 알뜰하고 알차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코스로 완전완전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내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와 용기부터, 알뜰하고 알차게 세계 여행을 하는 노하우, 그리고 나만이 경험한 새로운 나라의 풍경. ‘이 정도면 책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직장 그만두고, 집 팔아서 온 가족이 세계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체감 상 100개의 투고 원고 중 20개는 여행 다녀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제 그러한 경험은 ‘특별한’ + ‘상품’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하냐?
여기서 앞에서 말씀드린 ‘나만의 진정성’이 나옵니다.
같은 곳을 다녀와도, 같은 것을 보고와도 ‘정말 이건 나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리면 열에 아홉 분이 “내 원고가 바로 그거라니까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시 한 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A는 세계 일주를 하면서 정말로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경험들을 사진도 찍고 글로도 남기고 하면서 착실하게 모았습니다. 이상한 곤충한테 물려서 죽다 살아나기도 했고, 오지에서 이상한 부족도 만나서 처음 듣는 문화도 접해봤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B라는 사람도 세계 일주를 하며 글을 썼습니다. A는 내로라하는 직업을 그만둔 반면, B는 졸업하고 2년 동안 취업을 못 하고 준비만 했던 취준생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B를 가장 아끼는 부모님 눈에도 B는 그냥 백수였습니다. B가 여행한 나라도 A에 비해 조금 평범한 나라들이었습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등 사람들이 많이 가는 나라였고, 이미 안내 서적도 충분히 나와 있는 나라들입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쓰겠다고 말하자 부모님조차도 ‘그냥 취업이나 해라’라고 하시며 만류하셨습니다.
객관적인 스펙만 보면 B보다는 당연히 A가 책을 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B는 자기만의 진정성이 하나 있었습니다. B는 단순히 더 특이하고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행을 한 것이 아닙니다. 2년 동안 취업의 높은 벽을 경험하면서 B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뭐해 먹고 살고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왜 나 하나 취업해서 일할 곳이 없을까? 전 세계에 있는 수십억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있을까?”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비교적 평범하고 친숙한 나라들이었지만, 이 나라를 여행하는 B의 시선에는 여행하는 내내 이 질문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며 기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뭔가 울컥하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B에게는 ‘중요한 것은 취업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져있었습니다. 그 울컥한 무엇을 또래의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B의 원고에는 그 ‘울컥함’이 뜨겁게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예를 드렸으니, 선택해야겠죠?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책을 낼까요?
제가 이야기하고 있는 흐름이 있으니 당연히 B라고 생각하시겠죠?
‘두 사람 중 누가 책을 내느냐?’의 질문에 ‘반드시 누가 낸다’라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어떤 풍경을 어떤 시각으로 봤느냐?’ 만으로 원고를 판단하기에는 다른 변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고 원고를 대하는 제 시각을 말씀드리면,
A가 출판사와 계약을 한다면, A가 출판하게 될 책은 <특별한 세계 일주 A따라 다녀오기> 정도가 될 거 같습니다. 반면 B가 출판사와 계약을 한다면,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우다> 같은 콘셉트의 책이 나올 거 같습니다. B의 원고가 무조건 더 좋다...라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서 가이드가 없는 나라라면 A와 같은 책이 좋겠지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B와 같은 책으로 내겠다고 말하면서 원고는 A와 같은 원고를 써오시곤 합니다. 원고를 검토하다보니 제가 느끼기에 그 차이는 보통 자신의 진정성을 아느냐 모르느냐에서 출발하는 거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릴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둘째, 그것을 나만의 관점과 진심으로 가치 있게 담아낸다.
저 역시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진정성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좋은 원고, 좋은 자질을 갖고 계신 예비 저자분들이 올바른 가이드가 없어서 헤매고, 시간 낭비하고, 마음고생 하고, 심지어 몇 천만 원씩 돈까지 낭비하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그런 분들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시각을 들려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A가 세계 오지를 체험하면서, 단순히 ‘내가 한 온갖 경험을 책으로 내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이 나처럼 고생하지 않게 안내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원고를 썼다면, 그것이 A의 진정성입니다.
B역시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책을 쓰겠다’라는 마음이었으면, 그 원고는 책이 될 수 없겠지만, ‘나처럼 취업을 못하고 몇 년째 마음고생만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울컥함을 전하고 싶다’는 그 간절함과 진심이 B의 진정성입니다.
여기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자 하는 당신만의 진심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내고자 하거나 자기만족, 돈, 명예, 스팩 등 독자를 위한 진심보다 나를 위한 욕심이 책을 내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니신가요? 독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출판사도 바보가 아니고요.
책에 대한 욕심보다는, 독자를 위한 진심을 먼저 담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