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가장 소홀히 하는 '이것'

글쓰기는 '이것'이 전부인데,, 90%의 사람이 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by 김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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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독서에 임하는 태도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약탈하는 병사들처럼 또는 무기력하게 항복하는 패잔병처럼 읽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소가 밭을 갈듯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읽는 것이다.

책 쓰기를 위한 올바른 독서법은 후자에 가깝다.


읽기와 쓰기의 관계는 듣기와 말하기의 관계와 유사하다.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 읽기와 책 쓰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냥 읽는 것과 책 집필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책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읽으면 읽는 것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저 종이 위에 쓰인 문자를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게 된다. 가장 먼저 서문과 목차를 보고, 다음으로 논리의 전개 방식과 문체 등을 면밀히 살핀다. 그런 연후에 내가 쓸 책과 연관 지어본다. 내 책의 콘셉트와 비교하여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내 책에 넣을 만한 인용문을 찾는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지금부터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많이 읽어라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렵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이 대략 열두 권임을 고려한다면 그 두 배인 스물네 권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1년에 스물네 권이면 2주에 한 권씩 읽는 셈이다. 최소한 이 정도는 읽어야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은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다.

책을 읽지 않고 제대로 된 책을 쓰기를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 어떤 책이든 참고문헌이 많을수록 내용이 튼실하다. 참고한 문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저자가 책을 쓰면서 정보를 찾는 데 골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 책을 쓰면서 우리는 각자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관련된 책을 대부분 찾아 읽었다.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 20권을 읽었으며, 그 밖에 참고서적과 소설 등 가벼운 책을 포함해 50여 권을 더 읽었다.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7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다치바나 다카시   立花隆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   Output’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IO비’라고 부르는 그는 “최소한 100권을 읽어야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또 어떤 이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도서관에서 자신이 쓰려는 분야(주제)의 책장에 꽂힌 책의 절반은 읽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니까 책을 쓰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읽을 시간이 없으면 쓸 시간은 더더욱 없다. 좋은 책을 많이 읽을수록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은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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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골라 읽어라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독자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이끌어 행동에 변화를 주는 책이다. 그런 책이 아니라면 독서는 시간 낭비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 John Ruskin은 “인생은 짧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책을 읽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좋은 책은 운명적인 사랑처럼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듯이 좋은 책은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1년 동안 그저 그런 책 100권을 대충 읽는 것보다 운명적인 사랑 같은 책 10권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운명적인 사랑 같은 책은 책을 많이 읽어야 만날 수 있다.

독서의 질은 어떤 책을 읽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면 좋은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좋은 책을 고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자기만의 기준을 갖는 게 현명하다. 내가 읽어서 좋은 책이 좋은 책이다. 다만 책을 선택할 때 광고 카피에 현혹되는 것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탁월한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은 젊은 시절부터 ‘전작 독서’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제대로 알고 싶은 저자 한 명을 정해서 그 사람이 쓴 책을 모두 읽고, 그다음에는 그 저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의 저작을 모두 읽는 방법이다. 캠벨은 오랫동안 이런 독서 과정을 반복하며 깊이와 넓이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지적 체계를 구축했다. 캠벨이 한 것처럼 좋은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저자가 쓴 또 다른 책이나 그 책에서 자주 언급한 책을 읽는 것도 유용한 독서법이다.


천천히 정독하라

책 읽기는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을 뛸 때 처음에 힘차게 출발하면 절반쯤 가서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힘이 떨어진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빨리 읽겠다며 과욕을 부리면 도중에 포기하거나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이 없다. 게다가 ‘속독’이 곧 ‘속해’인 것도 아니다. 속독의 장점은 속도감과 집중력에 있다. 이해가 목적인 독서라면 속도보다는 사고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책의 성격과 난이도, 독서 목적에 따라 책 읽는 속도를 달리해야 한다.

책 쓰기를 위한 독서라면 책의 내용을 음미하고 곱씹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마음속에 깊이 뿌리 박힌 편견을 떨쳐버려야 새로운 관점을 모색할 수 있다. 여기에 인생의 연륜을 보태 깊이를 더한다.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나 인용할 만한 문구는 따로 메모해뒀다가 두고두고 되새기는 것도 좋다.

책을 쓸 때 최소한 주제와 관련된 참고 도서는 반드시 정독해야 한다. 그냥 맛만 보는 것은 속독이고 위장에서 소화시키는 것이 정독이다. 그 책의 저자가 되어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한다. 프랑스 신학자 베르나르 디 클레르보Bernard de Clai-rvaux 는 “사색 없는 독서는 위태롭고 독서 없는 사색은 방황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다. 모든 책이 운명적인 사랑처럼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운명적인 사랑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그쪽에서 먼저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서문과 목차 등을 훑어보고 내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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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시간에 읽어라

책을 잘 읽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 것이다. 첫 책을 쓸 때 우리는 매우 바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과 휴일 근무가 계속되었다. 당시 우리에겐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고민 끝에 출퇴근하는 2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아무리 피곤하고 정신이 혼미해도 일단 지하철을 타면 책부터 펼쳤다. 이것이 습관화되자 일주일에 한 권은 거뜬히 읽었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처럼 좋은 수련법은 없다. 독서는 가끔 하는 외식이 아니라 매일 먹는 밥처럼 습관화되어야 한다. 밥 먹듯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독서노트를 써라

독서 못지않게 읽고 나서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까다롭고 귀찮은 일이 읽고 나서 정리하는 것이다. 기록은 기억보다 강한 법이다. 책을 읽고 나서 핵심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십중팔구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분명 읽었는데도 남는 것이 없다. 책을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기록해둬야 한다.


책을 잘 읽고 잘 배우려면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핵심을 이해해라.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독서의 기본이다.

둘째, 재미있고 좋은 사례를 찾아라. 좋은 사례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여 이해를 돕고 핵심을 명쾌하게 전달해준다.

셋째, 의미를 되새겨보고 발전시켜라. 책은 재료이지 완성된 음식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골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독서에서는 해석과 표현이 중요하다.


위의 세 가지를 실천하는 좋은 방법은 나만의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독서노트는 따로 정해진 틀이 없으며 자기에게 편한 방식으로 정리한다. 일반적으로 ‘핵심 내용(3쪽)+소감(2쪽)+저자 되기(1쪽)’ 형식으로 작성하면 실용적이고 탄탄한 독서노트가 된다.


첫째,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서 정리해두고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을 발췌한다. 특히 감동적인 구절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해석과 그 구절에 꽂힌 이유를 적어놓으면 내공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저자에 대한 객관적인 애정을 가지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자세로 임하면 책의 정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책에 따라 발췌문을 줄이고 주제별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주제에 대한 생각이 책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면 주제별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둘째, 읽고 나서 느낀 점과 떠오른 생각들을 작성한다. 책의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내 책을 쓸 때 참고할 만한 사항을 기록한다. 특히 평소에 품고 있던 문제나 질문들 가운데 책을 읽으면서 실마리를 얻었다면, 따로 메모해두고 나중에 자신의 글쓰기 주제로 삼아보자.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소재 발굴과 글쓰기 훈련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 그 책의 저자가 되어 콘셉트를 발전시키고 질문을 던져본다.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이 책은 다른 책과 비교하여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내가 저자라면 목차는 어떤 식으로 구성할까? 이 사례를 왜 넣었을까? 더 적합한 사례는 없을까? 장과 절의 제목은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저자가 되어보는 과정은 자신의 책을 기획하고 사고를 벼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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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다.

•많이 읽어라. 많다는 것의 기준은 따로 없으며 한 달에 두 권 이상 읽으면 된다.

•좋은 책을 골라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다. 매일 꾸준히 읽는 것보다 좋은 독서법은 없다.

•책의 성격과 독서 목적에 따라 읽는 속도를 달리한다. 좋은 책은 반드시 정독한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이력과 이제까지 쓴 책, 이 책을 썼을 당시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둔다.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기록한다. 중요한 내용과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발췌하고,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둔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은 따로 정리해둔다.

•책을 읽으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저자와 대화를 나눈다. 특히 책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하고, 자신이 저자라면 어떻게 기획 및 구성하고 집필할지 생각해본다.

•발췌한 내용과 리뷰를 스크랩해뒀다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여 읽고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해본다. 아주 좋은 공부 방법이며 내공을 쌓는 지름길이다.

책 읽기는 그 자체로도 유용하지만 책을 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읽지 못하면 쓸 수 없고, 쓰지 않으면 깊어질 수 없다. 그리고 깊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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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결론은 그렇게 간단하다.”

- 스티븐 킹, 김진준 옮김,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02년,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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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이 추천한 유일한 책 쓰기 필독서

*이 글은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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