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17,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세상에 처하여 한 발자국 사양하는 태도를 높게 여기니

채근담, 前集_017.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한다.

   

세상에 처하여

한 발자국 사양하는 태도를 높게 여기니,

물러서는 것은 곧 나아갈 바탕이 된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너그러움이 복이 되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 된다. 


處世, 讓一步爲高. 退步, 卽進步的張本.

처세, 양일보위고. 퇴보, 즉진보적장본.

待人, 寬一分是福. 利人, 實利己的根基.

대인, 관일분시복. 이인, 실리기적근기. 


017.利人利己

017.이인이기

  

[차인 생각]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사양하는 일, 물러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너그러움이 그 근거의 바탕이 된다. 너그럽다는 것은 나 자신을 늦게 위하는 일이다. 그러나 앞과 뒤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일정 부분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이롭게 하면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 아니, 그러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라고 한다. 이 역시 앞과 뒤가 없는 것이다. 수시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혼자 마시는 것보다는 차를 우려내어 함께 마실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같은 시간을 차 마시는 데에 함께 쓸 수 있는 기회란 또한 쉽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러할 때에 정성을 다하여 차의 그윽한 세계에 들 수 있게 자신을 없는 듯 우려내는 일은 중요하다. 일상에서 차 생활을 한다는 것은 형식과 내용보다는 실용적이며 명상적이어야 한다. 함께 마시는 자리지만 이내 곧 자기 자신의 명상의 세계로 들게 하는 일이다. 참 편한 자리다. 그 편한 자리가 곧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그러한 이로움이라면 그것은 곧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다. 남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상의 찻자리 속에는 사양과 물러섬과 너그러움이 함께 할 게 분명하다. '일상의 편한 찻자리'라는 말을 담아 본다. 


2011년 6월 14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16, 일어나고 스러지고 적시거나 마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