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맡지 말라
채근담, 前集_019. 좋은 것은 나누고 욕된 것은 짊어져라.
온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맡지 말라.
나누어 남에게 주어야 해로움 멀어지며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실과 오명은 절대로(조금도) 밀어내지 말라.
당겨 나에게 돌려야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수 있다.
完名美節, 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완명미절, 불의독임. 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辱行汚名, 不宜全推. 引些歸己, 可以韞光養德.
욕행오명, 불의전추. 인사귀기, 가이온광양덕.
019.分與引歸
019.분여인귀
[차인 생각]
매일 잘하다가 조그만 일로 사발을 깬다고 한다. 아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아마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균형 감각일지도 모른다. 품위와 격조를 무거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망가져도 재미있다고 즐거운 일에 마음 이끌린다. 좋은 일이라 여기면 이를 뒤집을만한 그 무엇이 곧 뒤따른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망가지는 게 살아가는 이치처럼 되풀이된다. 조직에서 하는 모든 것들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그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좋은 결과에 대한 조명은 골고루 비치도록 의식한다. 그림자 없도록 살핀다. 좋은 일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 부러움과 시샘이 함께 한다. 존경의 시공간에 혐오할 만한 꼬투리가 동시에 익어간다. 그러니 명예나 절개 같은 좋은 것들의 속성은 으스댐에서 깎인다. 두보의 시 '곡강 이수'에서처럼 "한 조각의 꽃잎이 날려도 봄은 깎이어 나가는데, 바람에 만점 흩날리니 정녕 이내 마음 시름겹도다."와 같은 심정이다. 한 조각 꽃잎이 저절로 날려도 봄이 깎이는데, 사람들이 불어대는 바람이 만 조각이나 날린다면 깎일 봄조차 없이 허물어지고 말 일이다. 명예와 절개 같은 좋은 일에 놓인다는 것은 봄을 깎아내는 일과 다름 아니라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을이 가고 혹독한 겨울이 왔다고 하여 피할 수는 없다. 내가 견뎌낸 겨울이 모여서 빛이 되고, 그 빛은 만물을 길러낸다. 욕된 일과 만나면 그 욕됨을 내 안에서 삭힌다. 절개를 지킬 수 있는 봄과 욕됨을 삭여내는 겨울이 계절이라는 같은 축에 놓였다.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것과 나누어야 할 것들도 같은 축에 놓였다. 나누어야 할 때 쥐고 있지 않고, 당겨와야 할 때 머뭇대지 않는다. 빛을 갈무리하고 덕을 기르는 일이다. 차를 마시며 꿀꺽 속을 가라앉히는 일이다. 평온한 저 안에서 꿈틀대는 웅렁거림을 재우는 일이 分與引歸다.
2011년 9월 10일. 온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