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Dec 30. 2017

채근담 차인030, 첫 마음을 주관하라

일이 곤궁한 형세에 닥친 사람은

채근담-前集_030. 첫 마음을 주관하라


일이 곤궁한 형세에 닥쳐 괴로워하는 사람은

마땅히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인 첫 마음을 떠올려라.

공을 이뤄 행동하는 모든 일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 일의 마지막을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


事窮勢蹙之人 

사궁세축지인

當原其初心.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 

공성행만지사

要觀其末路.
요관기말로.

030. 初心末路.

030. 초심말로


[차인 생각]

마땅히 그 처음의 마음인 초심을 근원으로 삼으라는 말이다. 내가 비빌 언덕이 첫 마음이고, 그것이 원래의 자리이다. 또 묻고 거듭 캐묻는 것 역시 첫 마음에 기초한다. 그러니 곤궁한 형세를 만난 후가 아니라 곤궁에 처하기 전에, 첫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삼가는 것으로 일상을 돌아보며 첫 마음에 기댄다. 괴로워하는 수고로움으로 첫 마음을 되새긴다. 차인에게 차의 선택은 풍요로움이다. 6대 차가 있고 각각의 차마다 산지가 다르고 음다의 경험과 기대치가 다르다. 선호와 이끌림에 의해 기호가 결정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일 먼저 손이 가고 즐기는 차는 몇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내 경우에는 인문학적인 배경과 직접 제다 하여 본 경험이 서로 관여하여 차를 즐기게 되는데 마땅히 차를 마실 때마다 처음의 마음으로 다가가 있다. 그래서 음차 행위 자체가 늘 첫 마음을 되새기는 일과 다름 아니다. 차인에게 차는 그렇듯 첫 마음을 되돌려주는 위대한 행위로 존재한다. 어쩌면 모든 선호에는 첫 마음이 배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차실과 차도구와 음차 행위에도 지분, 지족, 지지의 깨달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  분수를 알고, 족함을 알고 멈춤과 그침과 물러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적당한 속도와 관망으로 부끄러움을 수시로 불러내야 한다. 모든 과정과 일에는 접히는 순간과 맥을 같이 하는 자체의 동력을 지녔다. 뒷심 없이 접을 수 있고 포기할 수 있을 때 예정된 말로는 소멸의 과정에서 힘을 잃는다. 차인은 수시로 비우는 것의 일상이어야 한다. 차인에게 비움의 실천이 들어서야 한다. 그럴 때 내면을 들여다보는 차 마시는 행위와 조우한다. 자신의 내면묘사에 차 마시며 비우는 실천만큼 주효한 게 없을 것이다. 이른바 초심말로를 키워드로 삼다보니 연말연초와 상당히 닮아 있다. 송구영신이다. 무술년을 영접한다.


2017년 12월 30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29,지나치게애쓰거나 심하게 시들리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