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Dec 28. 2017

채근담 차인029,지나치게애쓰거나 심하게 시들리지 마라

미덕과 고결함도 편하고 이롭게 하라

채근담-前集_029. 지나치게 애쓰거나 심하게 시들리지 마라


일을 걱정하고 힘쓰는 것은 아름다운 덕성이지만 

지나치게 애쓰면 성정을 온화하게 하는데 마땅하지 않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것은 뛰어난 인덕이지만 

심하게 시들리면 일을 이롭게 하거나 사람을 구제할 수가 없다.


憂勤是美德 

우근시미덕 

太苦則無以適性怡情.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擔泊是高風 

담박시고풍 

太枯則無以濟人利物.
태고즉무이제인리물.


029.太苦太枯 

029.태고태고


[차인 생각]

태太는 크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정도가 지나쳐서 심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건 세상을 건너는 일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아니었던가. 그러니 크고 좋은 것을 추구하다 보면 정도가 지나치게 되는 것이리라. 쓰고 괴로울 정도로 애쓰고 힘쓰는 게 많고 오래 계속되는 상태가 지나칠 정도에 이르는 게 태고太苦의 상태이다. 이런 태고의 상태에 이르면 온화한 성정을 해친다는 말이다. 차 마시면서 걱정하고 근심하며 힘껏 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당면한 일 자체에 대한 새로운 각도의 관점과 방향을 떠올리는 게 아름다운 처세가 된다. 그렇다고 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담박한 상태로 세상을 건너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욕심이 없고 깨끗한 심성을 지닌다는 것은 차인으로서 더할 바 없는 높은 품격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인으로서의 높은 기질과 절조도 살아 있는 나무가 메말라 시드는 것처럼 입이 바짝 마르는 닦달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남을 풍요롭게 여길 수 있도록 이로움과 도움이 되어, 구제에 이르도록 해야 할 차인의 덕목도 있다. 태고太枯는 심하게 시들어 메마른 상태로 약해지고 야위어 가는 형상이다. 욕심 없고 깨끗한 마음이 차인의 고결함에는 지극히 적합하지만, 애써 치기도 부리고 모자라고 덜 찬 생각도 드러내면서 이 악문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편안하다는 것은 사람을 이롭게 하여 세상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되게 한다. 뭔가 이룰 수 있고 쓸모와 소용이 있어 유익하다고 여기는 일이다. 차 마시는 일이 그렇지 않은가. 


2017년 12월 28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28, 지나쳐 앞서거나 고깝게 하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