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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Dec 22. 2017

채근담 차인028, 지나쳐 앞서거나 고깝게 하지 마라

과실이 없으면 공적이고 원망받지 않으면 인덕이다.

채근담-前集_028. 지나쳐 앞서거나 고깝게 하지 마라


세상에 머무름에 업적을 맞이하고 마주치려고만 하지 마라 

지나치지 않는 것이 곧 업적이다.

남에게 베푸는 일에 고맙게 생각하는 감동을 구하지 마라 

원망이 없으면 곧 고마운 일이다.


處世不必邀功 

처세불필요공 

無過便是功.
무과편시공. 


與人不求感德 

여인 불구감덕

無怨便是德.
무원편시덕. 

028.過功怨德 

028.과공원덕


[차인 생각]

좋은 일을 지나칠 정도로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마라. 아무리 칭송받아 마땅한 일일지라도 금방 잊어라. 일을 행하고 나면 감쪽같이 그 일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짧은 생애를 한 번 지나간 일에 기웃댈 일이 아니다. 살아간다는 말은 또 다른 일과 만나는 일이다. 특히 남의 지나친 칭찬과 공적 추켜 세우는 일에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반드시 허세가 태반이다. 영혼 없는 칭찬에 일희일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 바른 차인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영화 부당거래 대사 중)라는 영화 대사는 영화 속 배우의 캐릭터와 상관없이 대사 자체만으로 비교적 적합한 상황을 만나게 한다. 차인이 차를 따르고 함께 나눈다는 것은 기본 덕목이다. 남에게 베푼다는 생각 자체가 들어올 수 없다. 혼자도 마시는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차에 집중하여 나누면 그만이다. 대개의 차인의 생각이 그러하다. 그러니 고마워하게 하거나 감동을 받게 하는 일체의 티끌조차 생길 수 없다. 뭔가를 베푼다는 생각 자체를 지워야 한다. 그냥 오고 가는 바람이고 햇빛이고 쌓였다가 녹는 눈발이다. 불거나 쪼이거나 날리는 것이다. 거기서 뭔가를 찾아내려 한다면 주변이 함께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과공원덕이라고 사자성어로 줄였다. 출처를 알아야 뜻을 풀겠지만, 공덕에 다가섬에 지나쳐 앞서거나 고깝게 하지 마라는 말이다. 어쩌면 공덕 자체를 무명 무색으로 치환하여 차생활에서 들락대지 않게 함이 마땅하다.



2017년 12월 22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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