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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an 08. 2018

찻자리의 미학

목덜미를 떨게 하는 감동

차가웁다. 물 올려 훈기를 채운다. 휴일 이후 비웠던 연구실은 늘 냉랭하다. 혼자 마시는 차로 고뿔차를 잡았다. 차에 대한 선호에 변화가 없다. 진화도 발전도 아닌 더딘 사귐이다. 익숙한 고뿔차의 아랫목같이 따스한 여운은 오히려 차맛을 깊게 한다. 목넘김의 바디감도 묵직하여 목덜미에서 꿀꺽하고 소리를 낸다. 조금만 차호에 오래두어도 홍차 가까운 색감으로 의젓하다. 꿀꺽 꿀꺽 하면서 입안에 머금다가 넘긴다. 호흡까지 함께 어울려 일체감으로 소통한다. 가히 서로를 관여하며 서로를 외면한 척 빛내고 낮추며 예술이다. 혼자의 찻자리에서 즐길만한 덕목이라더니 꼭 그대로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진한 미학이 들어있어 꿈틀댄다. 찻자리에서 우주와 내 몸이 서로 건드린다. 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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