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아이들과 나누다
졸업하는 학생들이 차실로 찾아왔다. 담임선생님이 고맙게도 그렇게 권했나보다. 물 끓이는 동안 진로 상황과 앞으로의 사회로의 진입에 설레라고 했다. 부득불 종이컵에 원표스님의 전통사찰발효차인 자하청다를 우려 한 잔씩 눌러 담아 주었다. 단맛과 떫은맛이 잘 조화를 내며 어울렸다. 정든 아이들이다. 정원일을 통하여 아이들의 욕망과 속셈까지 알 수 있었다. 함께 땀 흘려 실습한다는 것은 내면의 자잘한 숨김을 드러낸다는 말과 진배 없다. 그래서 새 학기에 새 학생을 만나면 한 달 이내에 가급적 몸을 사용하는 실습으로 거듭 만나야 한다. 어김없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한 인물의 정체성의 발휘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밖에 나가 몸 사용하는 나무캐기나 심기 또는 다양한 주어진 과제 수행을 통하여 사람의 진면목이 완성된다. 한 인물의 정체성이 수록된다. 그렇게 그 아이들이 나와 섞인 채 시간을 지녔기에 차 한 잔의 나눔은 익히 보아왔던 소통인 셈이다. 이름하여 졸업 인증차를 나눈다. 축하하고 널리 이롭기를 소망한다. 스스로 그리되도록 용모를 다스리거라. 78회 졸업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