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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an 23. 2018

너는 떠들라 나는 말씀하신다

듣고 나면 딴 나라였네

무슨 말을 들어도 듣고 나면 딴 나라였네.

소용될 때만 찾아와서는 보따리 풀지도 않은 채

겉도는 동네 이야기로 너스레처럼 몇 마디 하더니

싸질러 놓듯 내뱉고 나선다.

재미라고는 선 하나 긋지 않아 허공이고

아무 말 나누지 않고 모른 척 하지 못했네.

어떤 화제도 그에게는 다 아는 문제 해설

내가 동원한 절제된 입맞춤은 헛다리

너는 떠들라 나는 내 말씀 하신다는 그에게

끈 풀고 펼쳐 놓지 않은 보따리 앞에서는

나도 허리띠 끌러 바지 내리지 말았어야지

혼자 예고 없이 들락댈 때는

저게 또 무슨 복심이려나 하고

입 다물고 아 그래요. 그러네요. 몰랐어요.

했어야 한다. 그게 옳다. 잘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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