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나면 딴 나라였네
무슨 말을 들어도 듣고 나면 딴 나라였네.
소용될 때만 찾아와서는 보따리 풀지도 않은 채
겉도는 동네 이야기로 너스레처럼 몇 마디 하더니
싸질러 놓듯 내뱉고 나선다.
재미라고는 선 하나 긋지 않아 허공이고
아무 말 나누지 않고 모른 척 하지 못했네.
어떤 화제도 그에게는 다 아는 문제 해설
내가 동원한 절제된 입맞춤은 헛다리
너는 떠들라 나는 내 말씀 하신다는 그에게
끈 풀고 펼쳐 놓지 않은 보따리 앞에서는
나도 허리띠 끌러 바지 내리지 말았어야지
저 혼자 예고 없이 들락댈 때는
저게 또 무슨 복심이려나 하고
입 다물고 아 그래요. 그러네요. 몰랐어요.
했어야 한다. 그게 옳다. 잘 기억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