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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Mar 24. 2018

퇴직으로 시작된 친구와의 만남

진주성 공용주차장 12시에 만나자는

다들 대충 이때쯤이면 그만두려고 한다.

흔들리며 긴 시간 보내온 것 서로 안다. 그만둘 때가 되었으니 누가 먼저고 나중인 줄 과히 중요하지 않겠다. 해서 먼저이고 나중인 몇몇 친구들이 먼저인 친구를 만나겠다고 나선다. 기왕이면 동반하자 해서 안사람들도 설레듯 봄기운 난만한 진주를 향한다. 그와 나는 출발이 같았으니 남다른 감회이다. 뿌옇게 짙뿌린 미세먼지로 터널을 삼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다들 졸업이라고 여긴 그 해 만난 기연

군 문제로 코스모스 졸업인 나와는 달리 그는 2월에 졸업해야 했다. 당연히 그런 줄로 알고 있었으나 필수과목 1개가 미이수로 처리되어 졸업이 안된다는 것이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학과 행정주무관의 잘못이라는 게다. 교육과정대로 충실하게 이수하였는데, 그 필수 교과목명이 그 친구 군대 다녀와서 변경되었다. 이거를 행정에서 본부에 같은 교과목임을 대체 요청을 해야 했음에도 이를 놓친 것이다. 지금 같으면 SNS 등 억울하고 분함을 호소라도 할 수 있으나, 그때 고스란히 1학기 등록금을 더 내고, 졸업을 기다려야 했다.


미안하다 인사말 하나로 불편부당함에 처해진

내 친구는  그래서 공식적인 졸업일은 나와 같게 된다. 의리 있는 친구라고 내가 떠벌린 것도 그의 속상함에 물타기였을 것이다. 농담처럼 그의 어깨를 펴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경상남도로 나는 경기도로 각자의 삶을 시작한 것이 오늘이다. 물론 여러 경로로 교류를 통하여 다져온 아름다운 시절은 그대로이다. 약간씩 더디고 눌하여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인지 모른다. 그 성향 비슷한 친구 몇몇 더 어울려 모인다. 편안하여야 편하다.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누군가 1명 정도는 챙길 줄 아는 유전자를 발휘하여야 한다. 다행 그런 일을 의미 있게 사용할 줄 아는 친구 있어 이번 일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나 둘, 퇴직의 시점에서 만나는 일이니, 언제 이 또한 식상해질까 싶다. 한결같다는 게 살만하고 다닐만할 때 가능한 일이다. 기쁜 만남이고 의미도 남다른 이번 모임이 공식적인 만남의 계기로 작용하였으면 좋겠다. 진주성 모임이 연 1회라도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매년 3월 20일-29일의 토요일로 삼는 것도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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