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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l 17. 2018

백운이 인왕을 깨우고

회화나무, 도심

동십자각 회화나무 시점으로 오래 바라보다가

인왕의 반질반질

오래된 나무줄기 깎아 낸 사리처럼


사람의 뼈도 너절너절 찢어져 나불댈 때

날선 조각도 쌔근쌔근 일깨워

긁어내고 벗기고 털어내면 저 허연

풍파에 내 맡겨도 빛나는 암석처럼 아프지 않을까.


회화나무 뭉터기로 꽃을 피워내노라니,

지나는 일상은 그냥 흐르고 오고갈테고

적층의 오래 재어 둔 객고는 바닥에 채일테지.

그 위로 무수한 꽃잎 나부끼고 밟히는 동안

크지 않으려 고만큼의 단아함으로 도시를 맞이하겠지.


사다리차 펼쳐 우듬지 잘려나가는 수모를 걱정하느라

회화나무 사이로 푸른 하늘 걸치고 흰구름 떴다.

백운이 인왕을 깨우고 동십자각이 회화나무를 엿본다.


(온형근, '백운이 인왕을 깨우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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