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그늘로 눈 시원해
땡볕, 또는 불볕더위에도 할 말은 남겨
처음에는 유혹이라 미물을 손짓하더니
알알이 고르고 탱탱하게 소임 다하고
분기탱천커녕 다소곳이 제 몸 뒤집어
가을까지 헛헛하여 가누지 못할까 했건만
기어코 단풍으로 몸 버리며 가누더니
어찌 울긋불긋 세상의 이치대로 어울리는지
변하지 않는 게 어미의 사랑이라더니
때때로 변하여 풍파에 맞추는 것도 어미라
산수국, 네 어이 어미를 닮아 배고플까.
후루룩 말아 마시듯 부족한 곡기를
시퍼런 치마폭으로 만드는 그늘
(온형근, '어미의 치마폭'.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