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마저 변하고 있어
울긋불긋 황토에 옷 입히더니, 젖었다 마르기에 으스러지고 있는 중이다. 탄력을 잃고 밟는 동안 낙엽은 귀 떨어져 나간다. 질긴 엽맥이 있어 여전히 미끄럽다. 계단길을 두고 경사지는 한겨울 굴러 자빠질 층을 가꾼다. 평지와 달리 오르내리는 완급이 매력이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산길은 오솔길이다. 점퍼를 열고 운동량을 확인한다. 낙화암, 고란사는 단체로 왁자하다. 부소산 굽이굽이 길 따라 저린 통증은 되살아난다.
백운동 원림이 다가오길래, 이쪽이려니 했다. 그러다 와룡매 인연이 다가선다. 급한 물살을 타고 주제를 와룡매 쪽으로 돌린다. 문화유산이고, 후인에게 전해줘야 할 콘텐츠이다. 역사적 사실과, 묻히고 말 뻔했던 기록을 문화콘텐츠로 작업하는 방향 하나를 설정한다. 산책은 생각을 좀 더 다듬고 알맹이로 빛내주는 데 좋은 역할을 해낸다. 시키지도 않았건만 기어코 몰고 간다. 둘 다 문화콘텐츠로 규정한다. 식재와 공간이다. 식재도 공간도 살아 움직이는 실체이다. 실체를 대상으로 해야 실존의 가치를 공유한다. 뭣 때문에 화두를 다루고 있는지, 궁극의 지점은 무엇인지를 자꾸 되새긴다. 어디를 향하고 있고,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