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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an 29. 2020

결정


#차이야기 #황차 #차명상 #선달차회
포장지의 지끈을 풀고 오동나무 상자를 여니, 3개의 황차가 담겼다. 그중 하나를 오려 세로 꺼낸 현암도요의 다관에 우린다. 차봉지에 오늘 날짜로 개봉하였음을 명기한다. 소소한 기록이 사유를 이끌어내더라. 오려낸 차봉지의 향이나 우려낸 황차 특유의 신맛이 입안 가장자리에서 침을 고이게 한다. 醱酵의 증거다. 황차의 신맛은 이끌림이다. 감춰졌던 세포를 깨우고 타성으로 무뎌진 생각의 마디를 건드린다. 오늘까지 제출하여야 할 검토 자료, 협의할 자료가 슬그머니 등골로 모공을 열고 이슬 맺히듯 젖는다. 뜨거워진다. 무릎을 펴고 사지로 기지개한다. 다가서야지. 몰입으로 드는 일이 쉽지 않다. 자꾸 저어하게 하는 게으른 신화에 기울어져 있다. 툭 털고 결정의 단순한 논리에 순응해야 한다. 결정도 발효되나 보다. 익고 또 익어야 몸이 따르니 말이다. 생각은 초단위이나 결정은 더디다. 몸은 더욱 느리다. 생각은 날고 튀나 몸은 바닥에 누워 천정을 이룬다.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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