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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Feb 05. 2020

일상의 손길

일상의 손길은 존재와 맥을 같이한다. 2020.1.24. 여언재에서

물 주는 일, 밥하는 일, 바닥 청소하는 일로 분주하다. 많이 바닥을 차고 올라온 셈이다. 성하고 쇠하는 주기에 편승되는 동안 날짜가 저만치 훌쩍 떠나 있다. 삶의 절반 이상이 이렇듯 주가 높지 않은 일에 이끌려 다닌다. 아니지, 그렇게라도 이끌렸기에 조금이라도 반듯함에 봉착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예측하려고 시도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인 불확정 주기를 사귀려 함이다. 알지 못한다. 사귀지 않았다. 주기가 있는지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진작 조금씩 알고 사귀면서 인정하였더라면 내게 주어지는 참 만만치 않은 도전에 수긍이라도 하고 기다리는 것을 진즉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는 한 길을 걷지 않았지만 한 길을 걸은 것처럼 수렴된다. 뒤엉켜 살았다. 그 속에서 뚜렷한 관점을 견지하였다. 그게 나를 서게 하였고, 걷게 한 동력이다. 쉽게 좋아하지만 잘 속지 않는다. 일상은 같은 일을 꾸준히 제때 해야 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꾸준히 제때가 아닌 것은 일상이 아니라 여겼기에 곁을 주지 않는다. 세월은 여기저기 툭툭 쳐주면서 일상을 일상으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사소하지만 손길이 많이 간다. 세월과 일상은 경로와 존재를 같이 한다. 그 일상의 손길이 흐려지고 우둔해질 때쯤이면 일상도 존재의 곁을 떠난다. 그러니 오늘의 일상이 오늘만에 있지 않다.

-이천이십년 정월 스무나흗날, 여언재에서 月白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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