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지만 은은한 드러냄이 덕목인 나무
눈길 마주치는 일이 서툴어진 건 아닐까
손님이 많은 식당에 가면 추가 주문이나 불편사항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일하시는 분들 바쁘게 다니기만 하지, 아예 손님과 눈을 맞출 생각이 없다. 손님이 너무 흔한 것이다. 귀하지 않다. 눈길 마주치면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무의식의 행동일까.
학교에서 선생님과 눈 마주치면 질문이 들어오는 것을 선행학습으로 익힌 것일까. 너무 흔해서 눈길 마주칠 일 드문 나무가 있다. 조선 시대 서당에서는 전날 배운 것을 외우지 못하거나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하면 대부분 종아리를 맞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당 마당을 귀를 잡고 몇 바퀴 돌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자가 집에서 만들어 온 회초리를 걸어놓고 학습이 미진하거나 서당의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 자신의 회초리로 종아리를 20~30대 맞기도 했다.
훈장의 개성에 따라서는 목침에 올라가게 하여 30cm 정도 되는 뽕나무 회초리로 벌을 주기도 했다. 한편, 접장이 훈장의 지시에 따라 1m 정도 되는 쥐똥나무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이항재, 「충남지역 서당교육에 대한 연구(Ⅰ)」, 『교육사학연구』18, 1996).
쥐똥나무를 회초리로 이용한 것이다. 쥐똥나무의 새로나는 잎의 색감은 매우 아름답다. 잎 자체가 약해 보이고 촘촘하여 치밀한 수관을 만든다. 가을에 검은색으로 익는 열매의 모양이 쥐똥과 비슷하여 쥐똥나무가 되었다.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이 열매는 쓸쓸한 가을이 끝나가는 무렵 바람이 거리를 소리 내며 지나는 겨울 얌체 같은 햇살에 반짝이며 빛난다.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다. 어쩌면 쥐똥나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쉽게 보여주지 않으면서 근사한 모습을 많이 지녔다.
숨어있지만 은은한 드러냄이 덕목이다
봄이 그 잘난 설렘을 감추는 5월 하순이면
다소곳이 피어나는 쥐똥나무 꽃
눈이 맑아진다
순백의 시원한 모습이어서 맑아진다
쥐똥나무 잎 사이에 핀 꽃이지만
좋은 향기로 수줍은 듯 꽃을 내민다
숨어있지만 은은한 드러냄이 덕목이다
이렇게 꽃을 즐기기 위해서는 쥐똥나무를 전정하여 울타리로 수형을 가꾸지 않고, 자연형으로 제멋대로 키가 크고 늘어지고 휘어지게 길러야 한다.
쥐똥나무 독립수 수형으로 기른다면
나무 전체에 꽃향기가 진동한다. 그도 그럴 것이 쥐똥나무는 라일락, 수수꽃다리처럼 같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한다. 자연 상태에서 전정하지 않고 독립수로 제 수형 그대로 두면 사람 키를 훨씬 넘어 반송처럼 부드러운 체형을 유지하면서 정원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반송처럼 밑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둥근 모양으로 크게 수형을 유지할 수 있다. 숲에서는 성근 모습으로 자라지만 충분한 광선이 비춰주는 독립수일 경우 가지와 잎이 촘촘하여 아름답다. 그렇게 독립수로 기를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넉넉하여 삶에서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드물게 쥐똥나무의 자연 수형을 보게 되는 사람도 다복한 사람일 것이다. 대부분은 작은 쥐똥나무를 여러 그루 합식하여 도심지의 울타리 나무로 식재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울타리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흔한 것들에서 더 큰 세계를 엿본다
쥐똥나무 열매를 남정목이라고 하여 남자의 정력에 좋다고 약초 동호인이 중심이 되어 채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 수형에서 채취한 열매가 바람직하다. 사실 쥐똥나무를 지칭하는 남정목은 男精木이 아니라 男貞木 인 것이다. 열매 이름 역시 男貞實로 불린다. 아무튼 흔한 나무여서 눈길이 닿지 않지만, 지혜로운 선조들은 이렇게 흔한 나무의 새순과 열매를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한 것이다. 주변의 흔한 것들에서 더 큰 세계를 만나볼 일이다. 쥐똥나무는 병충해에 강하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최고다.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도 조화롭게 잘 자란다. 흔하지만 그만큼 수요가 많다.
쥐똥나무의 꽃과 나비
『한국나비도감』에 보면 쥐똥나무 흰꽃을 나비가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쥐똥나무는 나비를 부르는 나무이다. 나비를 위한 생태 환경 조성에 쥐똥나무의 군락 식재가 유용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산울타리 식재도 좋지만, 자연 군락 식재의 형태로 쥐똥나무를 식재하여 나비의 생태원을 풍요롭게 조성할 수 있다. 쥐똥나무 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는 나비로는 '왕자팔랑나비, 거꾸로여덟팔나비, 줄나비, 큰흰줄표범나비, 귤빛부전나비, 선녀부전나비' 등을 꼽을 수 있다.
쥐똥나무 열매를 활용한 차생활과 전통 염색
쥐똥나무 열매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아울러 쥐똥나무 열매차를 이용하여 커피와 보이차의 기능성과 맛을 보완하는 방법도 등장한다. 그 결과 맛, 뒷맛, 종합적 기호도 등이 향상된 결과를 나타내었다. 맛과 기능성이 보완된 기호음료로 가능성이 제시된다(조윤해, 「쥐똥나무 열매를 이용한 퓨전 보이차 및 커피의 관능적 품질특성과 항상화능」,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10).
또한 쥐똥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음건하였다가 한지를 염색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염료의 색상은 추출 방법에 따라 PB(군청), RP(자주), GY(연두)로 나타난다. 한지 대부분의 색상은 Y(노랑), YR(주황), GY(연두)로 나타났다. G(녹색)계열의 색은 Cu(구리)매염제를 사용하여 색을 내고, B(파랑)계열은 열수추출한 염액으로 무매염이나 명반매염으로 1회 염색하면 나타난다. 여기서 염색횟수를 증가하면 P(보라)계열도 염색이 된다(최태호 외, 「전통 색한지 재현기술 개발 : 쥐똥나무의 염색특성」,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학술발쵸논문집』, 2008)고 한다. 쥐똥나무 열매 추출물로 천연 염색에 활용하는 다양한 연구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