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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Feb 23. 2017

그윽하고 깊은 눈길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나오는 일

할 말 많고 의미도 많아서 참았다. 지나간 일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내답지 못하다 여긴다. 누군가 옛 일을 이야기 한다고 해도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 잠깐에 바뀐 게 많다. 누구는 이런 생각, 누구는 저런 생각,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펼쳐졌다. 다 못 본 체 한다. 눈길이 마주쳤을 때 깊고 그윽하면 그대로인 사람이다. 단박에 외면하고 딴 체 하는 눈길 많았다. 내게 차인으로 각인된 친구가 일본 다녀오면서 차통을 선물했다. 덴시로의 차통인데, 벚나무의 껍질을 입힌 오래된 전통의 공예 작품이다. 대리로 여주에서의 칠흑같은 밤을 달려왔지만 잘 챙겨 아침에 풀어본다. 내가 그 친구에서 준 것은 백차였다. 두어 번 주었건만 과분한 차통을 선물받았다.  누구는 빌려간 책을 가지고 나왔다. 빌린 책을 가져다 주는 데, 큰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잊지 않고 2년을 챙겨 준 멋쟁이 친구도 있었다. 내 차로 아이 유치원까지 들려오면서 바빴지만 든든했다. 그리고 변함없는 옛 동지들이 있었다. 어떤 어려움도 힘을 합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동지들의 보이지 않은 응원이 멋졌다. 고마운 일이다. 새로운 세대의 계산법과 다르게 사는 그들이 있어서 좋다. 본연의 교육 본질보다는 세 치 혀와 이로운 처신과 보이는 외연만 추구하는 일군의 작심이 산재했다. 짧은 시간의 스캔만으로도 속 훤하게 보였다. 그래도 묵묵 그대로 본연의 본질을 추구하는 무실역행의 동지들이 있어서 발걸음이 가볍다. 생각도 변하고 세월도 달라지고 동료도 바뀌었건만 본연의 본질을 위하여 무실역행하는 친구가 있어 차 마시는 동안 심호흡이 된다. 진하게 황차 우려내는 자리에 동지들의 무실역행을 떠올린다. 응원한다. 내 서른살의 무대였던 아름다운 왕대리여. 여주읍 왕대리 산 4번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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