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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Feb 22. 2017

매화 가지를 꺾다

진천에서 봄이 다가오다

일찍 도와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후배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난히 그쪽 경치가 궁금했다. 가 본 적 없이 지나쳐 본 기억만 있다. 그래도 몇 군데 간헐적으로 들먹이기도 했다. 익숙한 영동고속도로에서 절반의 시간 나머지 절반의 시간 소요되는 여정이었다. 도면으로 설계를 하고, 직접 현장에서 수정하였다. 돌아오기 전 다시 현장 사진을 수집하였다. 비교적 잔디가 잘 관리된 학교이다. 4계절 꽃이 피는 교정이 주제였으나, 나는 9절기 내내 꽃이 피는 교정을 추가하였다. 그러기 위해 현재의 경관 골격을 유지하고 관목과 초화류에 의한 가드닝형 교정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거듭되는 토공에 의해 기존 수목들이 몸살이 심하다. 대부분 깊게 묻혀졌다. 가장 빠르게 해동되는 즉시 수목 근경 주변을 걷어 내도록 조언했다. 1차년도 실행 과제를 봄과 가을 2회 정도의 숙근초 위주의 화단을 조성하고, 중정원을 출발하여 9절기에 맞는 관목과 교목, 초화류가 겹치는 9개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연후에 3개년 종합 조경 계획을 조경위원회를 발족하여 추진하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 교정을 돌다가 매실나무 식재지에서 그나마 실한 가지 하나를 전지하였다. 집에 와서 꽂으니 하루만에 꽃망울이 벗겨지고 있다. 어제 사진과 오늘 아침 사진, 그리고 이어지는 매일의 사진이 한동안 재미있을 것이다. 황차와 매화가 함께 벙글어지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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