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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Feb 28. 2017

골격

큰 산이 무너지니 바위가 드러난다.

지난 밤에는 보이숙차를 우려 곡차와 함께 차곡차곡하였다. 멈추고 막히는 데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어떤 자극에 이끌리든 최종적으로 내부적인 각성에서 받아들이는 기작이다.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래서 체념이 된다. 더 이상의 공급을 차단하는 행위다. 기미와 전조 증상이 있을 뿐이다. 협상 혹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그리된 것이다. 오래된 산의 흙이 벗겨지면 바위 골격이 드러난다. 흙산이 바위산이 된다. 머뭇대는 공방의 과정에 바위산의 모습이 나타낸다. 울퉁불퉁한 골격의 바위산 하나 내 안에 세운다. 하룻밤 지난 보이숙차를 우리니 색감이 붉은색으로 곱다. 가볍고 맑게 우려 마시는 것은 골격 또한 가볍고 맑았으면 하는 바램과 만난다. 흙 무너져 지니 바위가 골격을 세워 훤해진다. 막힌 곳은 뚫고 벗겨진 곳은 드러내 경로의 색감을 맑은 보이숙차의 색감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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