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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Mar 03. 2017

그때 하고 싶었던 일

다시 되살아나는 일은 가지를 쳐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8년전 2010년, 이곳에서 하고자 했던 묵은 생각을 끄집어낸다. 달라진 게 없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거의 전 시간을 수업으로 달려오다 금요일 오전, 잠깐 시간이 난다. 그때 이 시간을 학교 정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기야 주말 조경식물 재배실습장의 풀도 새벽에 나가 뽑았다. 순수한 마음이었다. 한 사람이 전후 콘텍스트 없이 주절대고 경망스럽게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도저히 내가 지녔던 생각과 동떨어진 행태였기에 모멸감이 컸다. 일일이 대화를 인용하기조차 민망하다. 어쩌면 그때 그 사람의 인생이 가장 피어날 때였음에도 그 기저는 경망스럽고 경청하지 않는 자세였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쥐가 고양이에게 대들 듯, 새가 사람을 쪼듯 치켜뜬 일상을 행사했다. 그의  평정은 어렵지 않았다. 하나 둘 곁을 떠나고 남아 있는 자는 온도를 같게 하였겠다. 옛 일이다. 그래서 별일이다. 그때 하지 못했던 정원 일을 시작한다. 마음을 다지는 차를 한 잔 들이킨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분명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과, 몸의 근력이 기동하여 땀에 범벅되어 엉키는 힘의 기꺼움은 순간마다 다르다. 따스한 대상이고 정의 크기와 나눔이 다르다. 느리고 더디며 기운 나누는 일이기에 남다르다. 오늘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 온실 잔디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단풍나무가 대상이다. 더 커지면 다루기 어려워지니, 이쯤에서 원형 라운드 형으로 수형을 잡으러 한다. 처음이야 어렵지만 2년 정도 수형을 조절하면 누구나 라운드를 낼 수 있다. 볼륨이 더 커지지 않게 하고 상징적인 유도와 울타리 정형 식재로 유지되는 기반 작업이다. 일단 혼자 시작한다. 아직은 오랜 외유로 인한 학교 정원과의 인사와 호흡, 기운을 맞춰야 하는 때다. 땀 흘리고 위험한 몇 개의 순간에서 더욱 친해질게다. 기꺼이 나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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