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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l 07. 2017

비밀은 다 이곳에

회양목 전정

공처럼 둥글게

회양목 다듬기 전정을 하다 보면

다듬은 잎들을 털어줘야 한다.

그때 참 많은 사연을 만난다.

독립 운동 비자금 서류도 나오고

사랑의 기로에서 쓴 연서도 구겨져 나온다.

먹다 만 요플레는 까만 산화로 튕겨져 나오고

과자 봉지 뿌셔뿌셔는 가위질에 놀라 날린다.

정해서 만나자는 건 사랑이 아니라

되는대로 흐르는 게 둥근 것이라는 말에

빨간 립스틱 진한 종이컵을 쑤셔박고는

비오는 날 털려나오는 선명한 빨강

우산 없이 먼 길 돌아나오던 샛길로

숨겨 놓은 회양목의 둥근 어깨 넉넉하여

그안에서 부화를 기다리며 

근근한 실바람으로 연명한 

그날의 기억, 어쩌면 금세 지워야 했던

날아가버린 비밀의 꿈이 여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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