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 전정
공처럼 둥글게
회양목 다듬기 전정을 하다 보면
다듬은 잎들을 털어줘야 한다.
그때 참 많은 사연을 만난다.
독립 운동 비자금 서류도 나오고
사랑의 기로에서 쓴 연서도 구겨져 나온다.
먹다 만 요플레는 까만 산화로 튕겨져 나오고
과자 봉지 뿌셔뿌셔는 가위질에 놀라 날린다.
정해서 만나자는 건 사랑이 아니라
되는대로 흐르는 게 둥근 것이라는 말에
빨간 립스틱 진한 종이컵을 쑤셔박고는
비오는 날 털려나오는 선명한 빨강
우산 없이 먼 길 돌아나오던 샛길로
숨겨 놓은 회양목의 둥근 어깨 넉넉하여
그안에서 부화를 기다리며
근근한 실바람으로 연명한
그날의 기억, 어쩌면 금세 지워야 했던
날아가버린 비밀의 꿈이 여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