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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Jul 31. 2017

꿈결과 현실

꿈속에서는 송별연이 한창인데, 깨고 나니 똑같은 길을 걷고 있네

빗소리와 잠결이 시간이 잘 맞았다. 문득 그때 깨어 꿈결의 무질서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떠올리며 혼란스럽다. 현실은 늘 그 자리에 정돈되어 있다. 이어진다는 말이다. 꿈도 가끔 이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내재적 욕구일지 전생일지, 후생일지 까마득히 그럴듯한, 어디선가 있었을 법도 한 되먹지 않은 경로와 진행이다. 뻔한 길을 뻔한 시간에 걷고 있으면서 행복했다. 무질서와 혼란의 꿈도, 현실의 질서 정련한 발걸음도 다 내 모습이리라. 그래서 한꺼번에 이 둘이 삭아드는 세계와 봉착하게 되면 이또한 인식의 범위가 아니게 되니 내 모습이라 해도 전혀 억울할게 없다.

오늘은 9시에서 12시까지 함께 하기로 한 아이들이 늦고 있다. 10분 늦은 아이의 말에 의하면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버스를 탔는데 엄청 밀린다는 말이다. 20분 늦은 아이가 문을 열고 수줍게 인사한다. 괜찮은 상황이다. 아직 2명의 아이가 늦고 있다. 벌써 30분이 지났다. 이제는 늦은 아이들을 더 기다릴 수 없는가. 아니면 인원을 채운 후 시간을 좀 늘려주는 게 나을 것인가. 이럴 때는 저절로 되어가는 모습에 따라가는 것이 늘 바람직하였던 경험을 채용한다.

접수가 끝난 조경공무원 경력경쟁임용시험은 16:1이다. 작년에 8:1이었으니, 두 배나 경쟁이 심해졌다. 조금씩 긴장의 도를 높여야 하고, 남은 기간 뇌사용을 한 곳으로 집중하면 좋겠다고 했으나 사람의 일이라 희망사항과 본인의 깨달음의 정도가 잘 어울려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대로 집중하는 모습과 정성스러운 접근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고 내재화 시키는 것은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해도 뚜렷한 원칙과 우직스러운 진행은 그대로여야 한다.

황차를 마시면서 꿈도 현실도 모두 무화시킨다. 차를 만나면 차에 의지하는 게 옳다. 꿈은 꿈에서 현실은 현실에서 차는 차의 영역에서 제각기 오롯해진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오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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