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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17. 2017

혼자 있는 시간의 격식

차 혹은 막걸리

떠들썩 왁자해야 마감일까. 시작일까. 과정일까.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는 게 있다면 도구일테지. 대신 사유로 돌아서겠지. 차를 마실 때나, 혹은 흐린 주점일 터이다. 둘의 처지는 다르나 본질은 맞닿아 있다. 공간과 격식은 살아온 방식대로일테지. 그래도 빌붙지 않겠다는 주체적 행위 수순에 반하지 않으면 된다.


마시는 행위로 몸과 교통하고 거기서 피어오르는 생각의 편린을 깁는다. 어쩌다 들고나는 이들 쏠리면 그것대로의 철자법으로 읽어낸다. 여행도 고요도 비움도 그 자리이면 족할 일. 앉아 있는 여기가 그 모든 것이라면 수행의 한 자락을 쥔 셈. 입이 마르면 축이고 모자라면 다시 부으면서 산자락도 걷고 숲의 정령과도 만나고 밤길도 훤해지고.


부르지 않고 목소리 띄우지 않는다. 각자도생이다. 길위에서 누구나 백수다. 연결과 소통은 잠시 접는다. 그래도 현상은 변함없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하여 몸부림친다. 변함없다고. 잠깐만 숙이면 껍질 벗겨진 나무의 줄기가 보일테다. 백골이라고 한다. 삶의 폐허도 보인다. 해서 백골미와 폐허미가 인간 정신의 고결함에 자리한다. 차를 마시고 탁주를 들이키며 오두막의 우주를 키운다. 즐거운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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