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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Aug 28. 2022

2년 동안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책 읽어본 후기

경제부터 에세이까지 다양한 장르에 부딪혀보다

코로나가 조금씩 퍼지기 시작할 때, 나의 1시간 일찍 출근하기는 회사의 작은 모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거나 자기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새벽 방(새벽에 일어나서 무언가 활동하고 인증하는) 카톡방을 개설하게 되었다. 나는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기보단 원래부터 약속 장소에 여유 있게 일찍 나가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출근하는 것도 약속 장소 나가듯이 해보자 싶어 참여했다.


1시간이면 뭘 해볼 수 있을까?

하고 싶지만 하기 싫었던 것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책에 파묻혀 살던 언니와 비교될 정도로 나는 책을 등한시했었는데, 나이도 들어가는데 이제는 좀 읽어야 하지 않나 라는 약간의 허세를 품고 독서를 시작해 보았다. 뭐부터 읽어볼까 고민을 시작했다.


본가에는 책장 4개가 빼곡히 채워져 있을 만큼 책이 많은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빠와 언니 덕분이다. 30년 넘게 그 집에 함께 살면서도 나는 이 보물창고를 몰라봤었다. 내가 뭘 읽으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언니는 "집에 있는 책이나 읽어~ 어이구" 하는데 생각해보니 뭐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집에 책이 이렇게 많은걸? 다독하는 그들의 안목을 거쳐 필터링된 좋은 책들만 꽂혀있는 곳이란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처음 독서 습관을 들이고자 시작할 땐 어떤 책이 좋은지도 몰랐었지만. 찬찬히 책장을 살펴보며 무얼 읽을까.. 그렇게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뭐야 박탈감 장난 없게.. 괘씸해서 꺼내 든 책은 바로 경제 분야의 고전이었고, 그렇게 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즈음엔 '시골의사 박경철의 주식투자'와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를. 부동산이 한창 상승세일 땐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등.. 다양한 부동산 책들도 탐독해 보았다. 또 팀장이 되고 나서 팀원이 늘어갈 땐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십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어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도 읽게 되었다.





그렇게 2년 정도 1시간 일찍 출근해 독서를 하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이라는 건 주제가 있으니,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들의 제목을 요리조리 살펴보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된다. 내가 지금 무엇인가에 관심을 쏟고 몰두할 수 있는 경험을 돈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싶다. 주식, 부동산, 리더십 이런 책들이 나에게 꽤나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했다. 독서는 부딪히는 거라고. 권장도서라는 건 잘못된 거라고. 


새로운 경험을 미리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책 속에 내가 이미 하고 싶은 걸 해 본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의 경험을 먼저 알면 나중에 실패 확률이 낮아질지도? 물론 직접 부딪혀보며 실패하는 경험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피할 수 있는 건 피하면 좋으니까. 그렇지만 너무 책에 의존하다 보면 겁쟁이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든다. 시도하기 전에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리면 한계가 정해지니까.


인생의 스승님 한 명 정도는 만들 수 있다. 나에겐 이어령 선생님이 그렇다. 회사 책상엔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한 권 있는데 인터뷰 형식으로 짜인 에세이 책이다 보니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스승의 지혜가 녹아져 있다. 사회생활과 사람에 치여 지칠 때 똑똑 두드릴 수 있는 위로의 방이랄까? 마음에 드는 스승의 문장을 다시 찬찬히 보고 있으면 '그래 지금 내가 겪는 일도 참 작은 일이다.' 책을 이것저것 읽다 보면 내 인생의 힘듦도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문장들을 적어내는 작가 한 명은 꼭 만날 수 있다.


책과 나의 관계는 언제든 쉽게 책장을 덮듯 끊어낼 수 있다. 그래서 부담이 적고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면 된다. 그런 점에서 사람과의 관계에 많이 지쳐있는 나에게는 좋은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같다. 다만 사람을 피해서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니 가끔은 기계식으로 찍어낸 활자보단 사람의 체온이 그립기는 하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경험의 수는 한계가 있다 보니 자꾸만 내가 갖고 있는 사고에만 갇히는 경우가 있다.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또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기도 하며 생각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 하나의 전문성만을 가지고 살기에는 팍팍한 시대이다 보니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독서를 통해 할 수 있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배워야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다. 이 생각은 특히나 부동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단단해졌다. 나는 돈과 경제에는 무지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책을 통해 나와는 다르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독서는 정신적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지만 물질적인 것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다. 다만 내가 이런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고 독서는 그중에 가장 돈이 덜 드는 수단이다.



그렇게 다음 달에 읽을 책을 고르고 있는데, 아직 못 본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 있어 회사로 주문해 놓았다. 빨리 만나고 싶어진다 나의 책, 나의 스승님이.




나만의 독서 노트도 만들어보며 마음에 든 문장이나 느낀점 등을 기록해두는걸 추천한다. 시간이 지났을 때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해서 그 느낌을 또 적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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