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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Jul 08. 2022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이 책을 모든 리더분들에게 바칩니다.

“대표님, 이 책 읽어보세요.”


출근 한 시간 전에 회사 옥상에서 책을 읽는데, 대표님과 마주쳤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인사보다 대뜸 이 책을 대표님께 권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회사 경영진에게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대표님에게 책을 권해도 이상하지 않은 문화이긴 하지만 그건 개인적으로 내가 대표님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우리 회사의 전반적인 문화가 이런 것은 아니다. 나는 총 4명의 동료를 관리하고 있는 팀장인데, 계속 선임자와 팀원이 이탈하는 부서의 관리직을 겸하게 되었다. 많은 수는 아니어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핵심인 부서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 부서를 맡긴 것이 꽤나 부담스러운 일로 다가왔다.


내가 겸직을 하게 된 새로운 부서는 개발 조직이다. 기획하고 디자인을 하면 개발팀에게 프로젝트를 넘기는 게 내 일이었던 터라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았고, 그 부서에 오랜 기간 팀장이 부재했기 때문에 동료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라 기획자로써 같이 일하던 동료가 팀장이 된다는 건 다른 일이다.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제가 지금과 하던 일을 똑같이 하는 거예요.”라곤 했지만.. 나에게 맡겨지는 건 아주 많이 달랐다. 신규 채용부터 프로젝트 세팅까지.. 어쨌든 한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이 되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우리 회사는 기술 중심으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것보단 판매를 해야 매출이 달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영업 부서 외에 나머지 부서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발팀은 시작부터가 마이너스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팀은 통째로 나갔고 전문성이 중요한 부서에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회사에 별로 없는 상태다. 이런 조직 속에서 소외된 팀의 동료들에게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건 마라톤과 같은 일이다. 우리 팀의 자부심의 그래프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반기의 가장 큰 나(만)의 목표다. 그리고 나는 개발자가 아니지만 개발자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일단 개발자님께서 추천해 준 도서<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를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혹은 이들과 일하는 직군의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건 한 명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화라는건 누군가가 애써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있던 동료들의 성향 자체가 문화로 자리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문화에도 신경을 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한 두 명의 직원들만이 그것을 이끄는 건 한계가 있고 경영진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 회사 전체가 자발적으로 그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책에 나오는 구글은 확실히 달랐다. 띄엄띄엄 보이는 자율적인 문화도 뜯어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잘 설계되어 있는 곳이었다. 책의 목차만 보더라도 구글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 대표님께 책을 빌려드려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지금 내가 회사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면.. 이런 것을 시도해볼까?  

자유로운 의견은 비난에 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게시판 혹은 어떤 채널을 만든다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소극적인 태도의 동료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도 발언권을 줄 시간을 주기로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업무뿐만 아니라 복지에 대한 것도)를 진행할 때, 투표를 받아본다

프로젝트의 담당은 팀장이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있으며 권한을 가지게 한다. 그에 대한 성과도 아이디어와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돌아간다.

프로젝트에 대한 담당자 외에도 관련자들이 히스토리와 회고록을 남겨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이런 점에서 노션 툴은 아주 좋은 툴 이고, 포트폴리오에도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록을 남겨두면 커리어 관리 측면에도 좋을 것 같다)

회사 내에 다양한 소모임을 만들 수 있게 한다(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을 테니, 그렇지 못한 성향의 사람을 위해.. 업무 외에 다른 주제에 대한 몰두를 함으로써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추가로 읽고 내가 반성했던 점...


- 나는 스스로 나를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 생각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기획까지 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위기감을 많이 느끼지는 못 했다. 최근 개발자 면접 관리자로 참여하면서 디자인도 하고 개발까지 하는 인재들을 접하며.. 자만했던 나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구글은 능력이 뛰어난 팀장이나 현재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있을 경우 일부러 장기 휴가를 보내고, 그 후임자가 대신 그 사람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선임자는 아 내가 회사에 없어도 누군가가 나 대신 일을 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후임자에게는 내가 저 사람의 일까지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도 대체 불가한 인력 1명에게만 의존하게 되는 시스템은 좋지 않다. 혹여나 퇴사나 휴직이 생길 경우 그 공백의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 OKR은 목표달성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공유의 도구다

 이 개념의 업무 툴을 우리도 사용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목표 달성에만 집중(스타트업이라 최근 불경기에 매출도 떨어져 조급해졌었다)하고 달려갔기 때문에 이 툴을 완전히 다 이해하고 사용했다고 하기 어렵다. 이 툴의 진정한 목적은 각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서로의 우선순위를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우선순위를 통해 각자가 동기부여를 어디에서 얻는지 알 수 있는데, 단순히 업무적 툴로서만 접근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팀장님들, 리더분들, 경영진분들에게.

이 책을 읽는다고 단 번에 구글같은 문화의 회사를 만들 수는 없다. 뻔한 얘기가 적혀있을지라도 최소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동료들에게 책이라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실행을 못 한다면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건강한 조직 문화. 단순히 그 회사의 규모나 성장률, 성과로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늘 결과로써만 평가를 받아왔다.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고 숫자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회사가 ‘진짜’로 성과를 달성해 우리 모두가 박수를 칠 수 있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면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밑거름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모든 리더분들. 행동으로 같이 뭐라도 해봐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또 시도하면 되잖아요? 그러니 우리 조금 더 힘내요. 


아.. 9시다.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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