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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May 14. 2023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드는 생각

회사에서 채용은 회의보다도 중요한 일

앱 리뉴얼 프로젝트를 앞두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1명 채용하게 되었다. 나는 개발 팀장이지만 개발자는 아니므로 사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계속 고민되었다. 지금 우리 개발팀의 분위기를 조금 올려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이 먼저일지, 실력이 먼저일지, 등등.. 그렇게 백개가 넘는 서류 검토 과정을 통해 10명 정도 되는 개발자들의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서류는 개발자분들이 1차로 검토해 서류상으로 정말 사용한 기술인지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는지 기술 블로그 등을 살펴본 후 서류가 나에게 넘어온다.


1차 서류의 목적

서류를 검토하면서 1차 인터뷰에 할 질문들을 미리 작성한다. 서류를 보다 보면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기술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자신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 등을 상세히 경험에 의해 기록해 놓은 지원자들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왜냐면 그 사람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서류는 서류일 뿐이고 제일 중요한 건 대면 인터뷰 과정이지만 딱딱하게 타이핑된 서류의 목적은 나를 돋보이게 하고 만나고 싶게끔 하는 것이다.


1차 서류 통과 후

1차 인터뷰를 진행할 개발자들에게는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인터뷰 일정을 잡는다. “안녕하세요. ㅇㅇ회사의 개발팀 ㅇㅇㅇ입니다. 지원해 주신 ㅇㅇㅇ님 맞으시죠?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 처음 여보세요의 분위기와 나의 신분을 밝힌 다음의 반응은 극명하게 다르다. 이때 당황하면서도 기뻐하는 지원자들의 달라지는 반응이 귀엽게 느껴진다. 나도 빨리 1차 합격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설렘도 느낀다. 유선상으로 인터뷰 일정을 잡으면 바로 날짜와 시간, 인터뷰 장소, 도착해서 나에게 다시 전화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문자로 정리해서 보내준다.


지원자도 우리의 고객

그래픽 디자이너 시절, 숱하게 인터뷰를 봐왔지만 무례한 경우를 많이 당했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채용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같은 동료의 입장이지 갑을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어떤 행사나 모임을 가게 되면 우리 서비스의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퇴사한 동료들도 우리 서비스의 고객이 되는 경우도 적잖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예의 있고 겸손하게 진행하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다.


그렇게 1차 인터뷰로 만난 10여 명의 개발자들

우리 팀 개발자 2명과 나 이렇게 3명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각자 질문 목록을 작성해서 노트북을 보며 지원자의 답변을 적어가며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지원자를 출입구까지 안내하고 다시 회의실로 돌아와 면접관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바로 지원자를 다음 2차 인터뷰를 진행할지 말지 결정한다. 요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업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개발자 시장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권고사직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분도 계셨고, 군인이었지만 개발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도 계셨다. 대체로 개발이라는 직군은 스스로가 재미를 느껴야 하고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획자가 바라보는 개발자

사실 나는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 외에 사람을 더 중요시하게 보는 편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했는지, 자신만의 방법은 있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생각해 본 질문은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간단하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영리한 지원자들은 코딩 관련 채널과 자신의 취미 관련된 채널을 겸해서 답변을 해주었다. 첫 질문이라 긴장한 지원자를 편하게 해 주려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유튜브 채널은 친구와도 잘 공유하지 않는 사적인 것이라 그만큼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나의 깊은? 취지가 담긴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이었다.(최종 합류하신 분이 근무 첫날 나에게 이 질문을 왜 물어보셨냐고 되물으셨다 ㅋㅋ)


대면 인터뷰의 목적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지원자가 질문자의 눈을 맞추며 대답을 하는지도 보는 편이다. 얼마큼 답변에 자신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같이 보는 것이다. 소통이라는 건 질문한 사람과 답변하는 사람 사이에서 작은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이 관계에 대한 태도가 말을 할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운 기술 질문을 일부러 물었을 때, 솔직하게 모른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실제로 실무를 하다 보면 담당자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빨리 알아채고 다른 해결 방법을 알아봐야 하는 PM인 나는 솔직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회사에서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르는 질문이 나온다고 당황할 필요가 없다. 모르면 모른다고, 아는 것까지만 답변을 하겠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지원자는 아직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니니 괜히 주눅 들 필요가 없다.


그렇게 추리고 추린 최종 합류

기술 지식과 어느 정도의 경력 경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까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관들과 만장일치로 합격시켰다. 2차 인터뷰는 대표님과 1대 1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2차 인터뷰까지 진행했던 다른 지원자분들도 모두 좋았지만 현재 우리 개발팀의 상황에 필요한 인재를 뽑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사람이 좋아도 회사에 필요한 사람의 조건은 이미 정해져 있다. 본인이 지원했던 회사와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아쉽지만 낙담할 필요가 없다. 채용이라는 건 각자의 조건과 상황이 맞아야 성립되는 아주 어려운 일이니까.


채용 과정을 끝내며

이렇게 좋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은데, 막상 내가 지원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이들보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집에서 모의 질문이라도 만들고 스스로 답변해 봐야 하나.. 싶지만 당장 다음 주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월요일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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