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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Aug 23. 2021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목공이 되다.

집수리 후 모아둔 자투리 나무가 손녀의 나무 장난감으로

어느 날 뜬금없이 야외용 테이블을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는 홍여사를 위해 만든 테이블 겸용 나무벤치. 

당시만 해도 언제 떠나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 어떤 이야기도 다 들어주고 싶었다. 몇 날 며칠 고심해 만든 테이블 의자를 홍여사는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가끔씩 함께 앉아 차 한잔을 나누는 것을 아주 즐거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홍여사와 차 한잔을 나누는데 버리기 아까워 한쪽 편에 모아 두었던 자투리 목재들이 순간적으로 내 눈에는 나무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 모양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집수리 후 창고에 넣어 두었던 공구들을 꺼내어 작업을 시작한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만든 나무 장난감 자동차. 드릴로 네 개의 구멍을 뚫어 버스 창문을 만들고 홀쏘로 원기둥을 오려내어 바퀴를 만들었다. 처음 만든 이 자동차는 걸음마를 갓 시작한 손녀가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훗날 손녀와 할아버지를 끈끈한 끈으로 연결해 주는 시작점이 되었다. 홍여사의 희귀병 치료차 내려온 시골 생활은 서울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목공 작업을 비롯해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는 이런 모든 것이 꿈만 같다. 홍여사와 나누던 차 한잔이 내가 알지 못하던 나의 잠재 능력을 깨우고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처음 시작한 목공 작업은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다. 버려지려던 자투리 나무들 사이에서 쓸만한 나무 조각들을 골라내고 잘라내고 붙이고 다듬는다. 퍼즐을 맞추다 보면 자동차도 되고 기차도 되고 손녀를 즐겁게 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무 장난감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만들어지는 장난감들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이렇듯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목공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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