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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Aug 26. 2021

손녀를 위한 첫 돌 선물 이야기

현서야! 너의 첫 돌에 할아버지가 너를위해 흔들목마를 만들었다.

목공에 눈이 뜰 무렵 작은 나무 조각만 보아도 모두가 장난감으로 보였다. 

낯가림을 심하게 하던 현서는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는 누구한테도 가지 않고 할아버지한테만 안기던 아이였다. 이제 막 일어서려는 손녀가 나에게만 꼭 안기는 것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고맙다. 이런 예쁜 손녀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 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탈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줄 생각을 했다. 나무 조각들을 모으는 사이 머릿속에는 벌써 백 가지 탈것들에 대한 설계를 한다. 아직 만들기도 전에 마음속에는 온통 이 테이블 변신 바이크를 타고 노는 현서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처음 해보는 목공 작업이라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는 수십 번을 만들었다 부수고 만들었다가 부순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어떤 형상이 결정되면 톱으로 오려내고 나사로 고정하며 형태를 만든다. 만드는 과정 내내 현서가 가지고 놀며 즐거워하는 것만을 상상하며 조각조각 붙여 나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 손녀의 첫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세상에 하나뿐인 테이블로 변신하는 바이크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손녀를 무척이나 크다고 생각했는지 발도 바닥에 닿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겨우 몸을 가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이 바이크는 현서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었다. 

예쁜 손녀의 첫 돌 선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흔들 목마를 만들어 주어야지. 그러면 어떻게 만들까? 만 가지 생각 끝에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도 되는 흔들 목마를 만들기로 한다. 이번에는 말머리가 문제다. 예쁘게 만들어 주고 싶어 나무 판재 위에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이 담에라도 현서가 좋아해 줄 말머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현서 이름을 스텐실로 새겨 넣어 흔들 목마를 완성한다. 

현서 생일 백일 전, 우리의 귀한 보물 첫 돌에 특별한 선물이 하고 싶어 와인을 떠올린다.

예수님의 첫 이적이 손님상에 내어 놓은 포도주라는데 하는 생각에 잔치상에 내어 놓을 와인을 준비했다. 블루베리와 왕보리수에 효소를 넣어 백일을 발효시켜 와인 오십 병을 만들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현서 사진으로 라벨을 만들고 와인 병에 담아 돌 축하 선물을 완성한다. 

생애 처음으로 만들어 본 와인이지만 잔치상에 초대된 모든 분들께 찬사를 들었다. 사랑을 가득 담아 만든 와인이라서 모두들 공감을 해 준 것 같다.

덕분에 시골생활에서 또 한 가지 취미가 만들어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와인에 각자의 라벨을 붙여 선물을 하기도 했다.


살다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많은 일들을 겪지만 나쁜 일이라고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갑작스러운 홍 여사의 발병으로 모든 것이 끝인 것만 같았는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간들이 생겼다. 목공을 하고 와인을 담고, 내 삶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들이 생겼다. 현서의 첫 돌에 만든 두 가지의 선물, 하나는 축하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또 하나는 현서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지금도 흔들 목마에 앉아 까르르 웃음 짓던 현서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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