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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Apr 11. 2023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하느님 품으로 떠나신 날에

오늘  비가 내린다

하루종일 햇빛 한 줄기 없이

오후엔 또 비가 내린다

마음에 빛이 되어 주셨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이곳에서

육십 년 전

사제서품을 받으시고

오늘

하느님 만나러

먼 길 떠나신다

하늘도 서러운 양

하루종일 빛을 잃고

긴 슬픔을 토해 낸다

아주 오래전

마음이 많이 힘들 때

누구에게 동화되지 않았던 "나"

신부님을 만나면서 

"나도 신부님 같은 길을  갔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주셨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그렇게 만나온 시간에

강산은 몇 번 바뀌고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부쩍 수척해지셨던 신부님

마지막으로 뵌 저녁 식사 자리

"잠깐만 앉아있어" 하시며  에서 면도기를 하나 들고 나오신다.

"이거 지난번에 미국에 갔다 올 때 도미니코 주려고 사 온 건데 자꾸 잊어버려서 못줬어"

"지금 생각날 때 주는 거야" 하신다

"고맙습니다 "하며 받으면서도 그새 부쩍 힘들어하시는 신부님을 뵈며

"혹시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었다.

그런 신부님께서 오늘 하느님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나셨다

내게는 참 많은 것을 주셨던 분

아버지 같고

선생님 같고

항상 모든 것을 품어 주시던 분

늘 편한 웃음을 지으시며

"괜찮아! 도미니코!"

그렇게 지켜보아 주시던 신부님

이젠 더 이상 뵐 수도 없고

마음속에만 남게 되었다

몇 년 전

건강하셨을 때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시면

교통법규를 꼬박꼬박 지키는 나에게

 "김순경 "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는데

이젠  

더 이상

김순경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늘 인자하신 모습으로

항상 옆에 계실 것 같던 신부님

이젠 더 이상 뵐 수도 없다

이 비가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커다란 거목이 가슴속에서 빠져버린

텅 빈 공허함 일까

한동안 그 쓸쓸함이 더해질 것 같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늘 잊지 않겠습니다

나의 삶에

커다란 기억을 만들어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하느님 곁에 가시어

편안한 안식 취하세요

고맙고

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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