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덮어버린 편견의 힘
무심코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한번 보기 시작하면 반드시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 타짜, 친구, 트루먼쇼 같은 영화들이지요. 전 그중에서도 이병헌, 조승우 주연의 영화 '내부자들'이 가장 최고의 몰입도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언론-정치의 부패한 유착을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를 통해 사실감 있게 드러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검사 역할의 조승우가 미래 자동차와 언론 그리고 정치인의 부패를 세상에 폭로하는 장면입니다. 그 통쾌한 엔딩을 보기 위해 몇 번이고 본 영화지만 다시 눈을 비비며 보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검사 조승우의 폭로가 있기 전에 깡패 역할의 이병헌도 같은 내용을 폭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병헌의 폭로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합니다. 부패한 언론 역할을 한 백윤식이 이병헌을 깡패라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고 냉정하게 무시하게 되기도 합니다. 말을 잘하고 못 해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신뢰할만한 사람이냐가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보여주듯 메시지(message)의 신뢰도는 메신저(messenger)의 신뢰도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인간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종종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사람들이 중요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들기 위해 말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공격받아 놓친 이야기들이 세상에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 가지 사례를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2013년 6월 5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아침 조간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합니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그동안 통신사업자 Verizon의 가입자 1억 2천만 명의 통화정보를 수집, 감시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국가기관이 민간 통신사업자의 고객정보뿐만이 아니라 통화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은 미국 국민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미 국가안보국은 즉시 이를 부인하고 모든 감청은 정해진 법에 따라 특정 용의자들에 한해 이루어졌다고 반박합니다. 하지만 진짜 폭로는 다음날 이어집니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가 미 국가안보국이 미국 시민들의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SNS, 인터넷 포털 등의 모든 서비스를 감시할 수 있는 PRISM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폭로합니다. 페이스북, 야후, 스카이프, 유튜브, 애플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서버 컴퓨터에 미 국가안보국이 접속해서 사용자들의 사용내역은 물론 이메일 내용, 사용자 위치까지 감시해왔다는 폭로 내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었죠. 미 국가안보국은 이러한 감시를 위해 9개의 미국 인터넷 기업의 서버를 사실상 해킹했으며 해저 광케이블의 전자신호까지 가로채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미국 시민들의 충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독일의 일간지 슈피겔(The Spiegel)은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가 미국 시민뿐만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행해졌다는 폭로를 합니다. 유럽연합의 주요 외교관들의 이메일, 통화내용이 감청되었으며 유엔본부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감시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합니다. 특히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G-20 회의에서 미 국가안보국과 영국 정보부가 외교관들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폭로의 파장은 다른 나라로 옮겨가게 됩니다. 특히 10월 4일 가디언지와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가안보국이 최소 35개국의 정상들의 통화를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앙겔라 매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엔리케 페냐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심지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이 모든 감시의 대상이었다는 폭로는 외교갈등을 촉발시키며 미 국가안보국과 오바마 대통령의 위치를 뒤흔들 지경에 이릅니다
외교갈등은 이 감시의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중국의 민간 통신사업자들의 서버뿐만 아니라 홍콩대학교, 칭와대학교 등 민간 서버에도 침투했으며 아시아의 통신케이블 업체의 서버를 통해 사실상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을 감청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과의 관계 또한 급속도로 냉각되었습니다. 예정되었던 중국과의 외교회담은 취소되고 경제교류도 중단됩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거래는 취소되고 특히 중국 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확장해나가던 구글, 시스코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기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적인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충격이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에는 이 프로그램에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의 국가정보국이 함께 관여하였으며, Five Eyes라고 불리는 이 다섯 개 나라의 정보국이 서로 이 정보를 주고받고 심지어 거래했다는 사실이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각국의 행정부는 국민들과 의회의 사실 해명을 요구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리게 되었죠. 특히 영국 정부는 민간 통신사업자와 협력하여 유럽으로 통하는 해저 광케이블을 감청했다는 사실에 대해 청문회에서 행정부 퇴진 요구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실체가 밝혀지게 된 것은 사실 용기 있는 한 명의 폭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전 미정 보국(CIA) 직원이자 미 국가안보국(NSA) 계약 업체의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 (Edward Snowden)입니다.
스노든은 폭로 당시 29살의 나이로 미 국가안보국의 계약업체인 부즈 알렌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직원으로 하와이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서 일을 해오던 스노든은 이 프로그램이 상식적으로 용납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시민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에서 시작된 이 감시 프로그램이 테러 예방의 목적을 벗어나 개인의 사생활을 아무런 규제 없이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괴물로 커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스노든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감시체계가 더 확대되는 것을 보며 큰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미 국가안보국과 미정보 당국의 개인 감시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느끼며 죄책감과 좌절을 느껴오던 스노든, 그는 미정 보국 국장인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가 의회에서 "미정보국이 시민들의 통화내용을 감시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No"라고 거짓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고 폭로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는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비밀리에 다운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5월 20일, 스노든은 직장에 병가를 내고 미국에 돌아가겠다고 보고한 채 모든 증거를 들고 하와이를 떠납니다. 하와이를 떠난 스노든, 10시간의 비행 후 그가 도착 한 곳은 미국이 아닌 홍콩이었습니다. 스노든은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방에 틀어박혀 한 달간 이 충격적인 사실을 전 세계에 폭로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스노든이 선택한 가장 효과적인 폭로 방법은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단계적으로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밀자료를 인터넷에 모두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었지만, 스노든은 이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과거 줄리안 아산지의 위키리크스 사례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수많은 기밀문서들의 내용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않고, 언론은 그러한 기밀문서를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스노든은 수십만 개의 파일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하나씩 순차적으로 시민과 언론이 이 이슈를 깨달아 갈 수 있게 폭로할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스노든은 그동안 미국 정부의 과도한 감시체계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믿을 수 있는 두 명의 언론인을 접촉해서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보도하게끔 합니다. 가디언지의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wald)와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포트라스(Laura Poitras)가 바로 그 두 명의 언론인입니다. 스노든이 어떻게 이 두 명과 처음 접촉하게 되었고 이후 보도를 준비하게 되었는지는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당시 내용은 Citizenfour (시티즌 포)라는 제목의 영화로 까지 제작되어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스노든이 폭로를 결심하고 하와이를 떠난 지 한 달 후, 글렌 그린월드는 가디언지를 통해 이 모든 거대한 사실을 하나씩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로 휩싸이게 만든 그리고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을 주도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정의의 심판에 세운 스노든의 용기 있는 폭로. 그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스노든은 폭로 직후 미국 법무부에 의해 간첩법(Espionage Act)과 정부재산 절도 혐의로 기소되어 사실상 반역자로 수배되었습니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수배를 피해 제3 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나라가 스노든의 망명을 거부했습니다.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남미의 에콰도르가 스노든의 망명을 허가했지만, 에콰도르로 가기 위해 홍콩을 떠나 모스크바에서 환승하려던 스노든은 미 국무부가 스노든의 미국 여권을 강제 취소하면서 모스크바 공항 환승구역에서 국적 없이 한 달간 생활하게 됩니다. 미국은 스노든의 망명을 막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합니다. 러시아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볼리비아의 대통령의 비행기에 스노든이 몰래 타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 비행기를 강제 착륙시키는 유래 없는 조치까지 취합니다. 결국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망명 허가를 내주어 현재 스노든은 러시아에 머물며 망명자로서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모국으로부터 반역자의 낙인을 받고 러시아에서는 망명자로서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스노든. 그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가 원했던 만큼 개인에 대한 무차별한 감시가 중단되고 이를 주도한 사람들은 처벌되었을까요? 스노든의 폭로는 미정보 당국의 무차별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제동을 거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 미국 정보당국의 시민감시에 대한 모든 법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 및 검토를 지시하였습니다. 2015년 7월 27일, 미 국가안보국은 국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그동안 테러 조사과정에서 수집해온 통화기록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동안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한 감시를 뒷받침해왔던 법인 애국법(Patriot Act)은 효력이 만료되었고, 더욱 엄격해진 자유법(Freedom Act)이 발효되면서 민간인 감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습니다. 이에 미 국가안보국은 테러리즘 수사와 관련이 있어서 전화통화기록을 수집할 때에도 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여전히 국가기관의 시민감시에 대한 기준도 명확지 않고 정보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무차별한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이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노든이 폭로했던 감시 프로그램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그 프로그램들이 폐지되었는지, 수정되었는지, 하물며 여전히 존재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국가안보가 달렸다는 이유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주도해왔던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단 한건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의회에 나가 미국 시민들에 대한 통화내용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거짓 증언을 했던 미정보국 국장조차 처벌받지 않았으며, 범죄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감시행위에 대해서도 '국가안보'라는 명분 하에 그 책임자와 행위자 모두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만을 보자면, 스노든의 폭로는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스노든의 폭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무차별 국민 감시 프로그램의 위법성"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있는 언론은 많지 않습니다. 폭로 8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은 "스노든은 영웅인가 반역자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폭로 초기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열심히 보도하던 언론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스노든의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보도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보도의 초점이 스노든 개인의 사생활과 그의 과거 행적으로 옮겨갔습니다. 불법적인 감시 프로그램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마저 언론에 떳떳이 나와 스노든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 연방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로 저스는 NBC 인터뷰에서 스노든이 러시아 스파이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민들을 선동하고 있고, 스노든의 기밀정보 취득과정과 폭로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마저 54%의 국민들이 그의 행위가 옳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8년, 언론의 지면 속에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영웅일 수도 그리고 반역자일 수도 있는 스노든이라는 인물 자체입니다. 정작 폭로의 핵심이었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초법적인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의 정당성" 그리고 "무차별 감시 프로그램의 인권침해 여부"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스노든은 그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그는 노벨상 평화상 부문 후보로 올라갈 만큼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그가 영웅시되는 것은 결코 스노든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사람들이 문제의 핵심보다 자신을 더 이야기하는 상황을 폭로 초기부터 경계해 왔습니다. 2014년 TED 강연회에 출연한 스노든은 "당신은 영웅입니까 반역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You know, everybody who is involved with this debate has been struggling over me and my personality and how to describe me. But when I think about it, this isn't the question that we should be struggling with. Who I am really doesn't matter at all. If I'm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you can hate me and move on. What really matters here are the issues. What really matters here is the kind of government we want, the kind of Internet we want, the kind of relationship between people and societies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저에 대해 그리고 저의 성품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때, 우리가 그렇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면, 여러분들은 저를 미워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아니라 이슈 자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정부를 원하는지, 어떤 인터넷 세상을 원하는지, 그리고 사람과 사회와의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스노든은 자신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경계했습니다. 스노든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자신이 이야기하는 이슈에 집중해주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처음 가디언지에 폭로를 하면서부터 자신의 신분을 감출 경우 사람들의 관심이 폭로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할 것을 우려해, 스스로의 신분을 위험을 감수하며 노출시켰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프레임은 "이슈"에서 "사람"으로 옮겨갔습니다. 국가에 의한 무차별 개인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성 그리고 인권침해 여부라는 이슈보다 스노든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 갔습니다.
스노든의 용기 있는 폭로가 기대했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의 나약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바른 "이슈"는 아무리 공격해도 굳건히 버티지만, 나약한 "사람"은 몇 번의 공격에도 쉽게 휘청이고 쓰러집니다. 그래서 "이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슈를 말한 "사람"을 공격하고 모함하고 매장하는 방법으로 이슈를 덮어버립니다.
스노든의 사례를 보며 저는 제 주변의 모든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혹시라도 제가 “사람”에 대한 편견에 가려 중요한 “이슈”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누군가가 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슈보다 사람을 부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특히 요즘과 같이 대선을 가까이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는 더더욱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주변의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주시기 바랍니다. 가려져 있던 이야기가 알고 보면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 일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