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by 나무향기



로즈마리 향이 감기에 좋다기에 유치원 정원에서 몇 가지를 얻어왔다. 이름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한 향이 코 끝을 감싸니 감기는 들었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없이 잎만으로도 향이 나는 이런 허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까지 좋아지고 그 향이 추억이 되어 그 향을 나중에 맡아도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향으로 기억될 향수를 뿌리기도 하고 오일을 바르기도 하고 각자의 취향대로 몸에 향을 입히려고 한다. 집안 이곳저곳 향이 나는 촛불을 켜 두기도 하고 자동차에까지 방향제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 향은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한다. 샤워를 하고 옷이 세탁되면 내가 입히려 했던 그 향은 사라지고 만다. 방에 켜 둔 향초도 불이 꺼지고 나면 향은 사그라든다. 결국 영원히 나에게 머무는 향은 향수나 향초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향기도 있다.

바로 사람내음이다.

사람에게서도 향기가 난다.

향이 나는 사람들은 가까이 두고 싶고,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 진다.

그런 향을 말로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내가 로즈마리 향을 맡고 느끼는 그런 기분이라고나 할까? 나를 새롭게 해 주고 나를 따뜻하게 다독이는 그런 향 말이다.


호주에는 아로마 테라피가 유행이라 갖가지 향을 담은 에센셜 오일 전문 샵들이 있고, 그런 오일이나 향초는 선물로 인기가 많다.

향은 우리를 치유해 준다. 어떤 이는 향으로 잠을 청하기 위해 도움을 받고, 또 어떤 이는 마음속 불안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향은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치유의 힘을 가졌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는 향은 그 어떤 아로마 테라피보다도 더 강력하다. 그 향은 보이지도 않고 맡을 수도 없지만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감기에 걸린 날이면 그런 향이 그리워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향으로 주변을 치유하는 허브 같은 향이 나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도 바람결에 향기를 전해 주는 이름 모를 나무의 꽃처럼, 내 옆에 있지 않아도, 멀리서도 나를 따뜻하게 해 주는 향기 나는 사람도 있고, 탁자 위 백합처럼 가까이서 매일 아름다운 향기로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내는 향기는 시공을 초월한다.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향은 여전히 전해진다. 쉽사리 씻겨 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향을 맡고 추억이 소환된다기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면 언제든 그 향을 맡을 수가 있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저절로 어디선가 향기가 흘러들어온다.


나의 그리운 친구들이 그런 향기 나는 사람들이다.


옆에서 나를 지지해 주는 백합 향이 나는 친구도 있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람결에 불어 온 들꽃 향이 나는 친구도 있고, 이제 더는 만날 수 없어도 내 마음 한켠에 머물며 잔잔한 허브향을 전해주는 친구도 있다.


코로나로 한국을 못 간 지도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내 곁에 친구들의 향기가 가득하긴 하지만 여전히 향기만으로는 마음을 다 채울 수가 없다. 만나고 싶고, 보고 싶다. 손을 잡고 안아주고 싶고, 맛있는 것도 나눠먹고 싶고, 밤늦도록 수다도 떨고 싶다.

나에게 아름다운 향을 입혀주고 내 곁에 그 향으로 늘 머물러 있는 멀리 있는 그리운 벗들이 보고 싶다.


나를 치유해 주는

향기나는 내 벗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