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똥, 본 적 있니?

아름다운 똥 이야기

by 나무향기


지난 여름 코로나를 피해 우린 호주의 작은 섬 타즈마니아(Tasmania)로 떠났다. 확진자가 0명이던 코로나 청정 지역, 타즈마니아는 코로나에 지친 우리에게 산소마스크 같은 곳이었다. '호주'하면 야생인데, 타즈마니아는 야생 중에서도 야생이다. 야생의 숨결을 느끼고자 우리가 찾아간 곳은 크레이들 마운튼(Cradle Mountain). 호수를 품고 있는 이 산은 한국 산에 비하면 무척 아기자기한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동화에 나오는 산속 같았다. 이곳이 야생동물 서식 지역이라 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는 웜벳(Wombat)과 만날 수 있었다. 곰 같은 코알라처럼 생긴 동물인데, 둘째 아들 녀석과 너무 똑같이 생겨서 또 다른 아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 출처: theguardian.com>



산길을 따라 걷는데, 걷는 곳마다 소복소복, 예술 작품 같기도 한 큐브 모양의 무언가가 쌓여 있었다. 어찌 보면 초코 인절미처럼 생긴 이것의 정체는 바로 웜벳의 똥이었다. 아들들을 불러서 똥 구경을 시켰다.

"이렇게 예쁜 똥, 본 적 있니?"

똥이 어떻게 큐브 모양일 수가 있을까? 똥구멍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저런 똥이 나오나에서부터 한 덩어리 한 덩어리가 모르고 보면 먹을 수도 있었겠다는 둥, 웜벳 똥에 대한 궁금증과 감상평이 난무했다. 걷는 길 내내 마주한 웜벳의 똥은 더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기라도 하듯 귀여운 똥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생산된 지 오래되어 빛이 바랜 똥들은 톱밥 같은 입자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아름다웠다. 똥도 다 같은 똥이 아니구나 싶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웜벳 똥에 대한 궁금증은 내 머리를 맴돌았다. 왜 큐브 모양의 똥일까? 어떻게 똥이 저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실 웜벳 똥은 과학자들에게도 미스터리였다고 한다.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웜벳은 음식을 소화하는 데 14-18일 이상을 소요하는데, 이때 대장 입구에 있는 수평 모양의 굴곡이 똥의 모양을 주사위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유연한 장 조직과 뻣뻣한 장 조직에 반복적으로 부딪히면서 이런 모양이 탄생된다고 한다. 오랜 시간의 공정을 거친만큼 아름다운 똥이 탄생되는 것이었다.


똥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웜벳 똥 말고, 나에게도 있었던 아름다운 똥의 기억이 생각났다. 내 아들들이 아기였을 때 본 아기똥. 아름답다기보다는 기쁜 똥이었고, 소중한 똥이었다. 똥을 더럽다고 느끼지 않은 건 그때 그 시절뿐이었던 것 같다. 똥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똥을 만져도 보고, 냄새도 킁킁 맡아도 보고, 먹기까진 못했지만 나에게 무척 귀중한 똥이었다.


누군가에겐 더럽고 냄새나는 똥도,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귀중한 똥이다.

누군가에겐 고개 돌릴 구역질 나는 똥도, 누군가에겐 아름답고 예쁜 똥이다.

똥이라고 다 같은 똥이 아니다.

똥도 아름다울 수 있고, 예쁠 수 있다.


<처음사진 출처:bonorong .com>

크래이들 마운튼 웜벳.. 똥도 보여요^^

<동영상 출처:나무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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